반년 전에 샀다면 지금 얼마일까 —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손실의 구조 삼성전자를 두 배로 추종한다는 상품을 출시 첫날 2만 원에 샀다면, 지금 그 가격은 2만 원을 밑돕니다. 기초자산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최근 반등했는데도 그렇습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데는 이 상품 특유의 수익률 계산 방식이 있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2X 상품 16종은 2025년 8월 26일 종가 기준으로 모두 상장 기준가격인 2만 원을 밑돌았습니다. 16종 중 정방향 레버리지 상품(기초자산이 오르면 두 배 수익)도, 인버스 상품(기초자산이 내리면 두 배 수익)도 함께 손실권입니다. 방향을 어느 쪽으로 잡아도 손실이 난 셈입니다. 상품 16종 전부가 출시 석 달을 앞두고 이 상황에 놓였습니다.
올해 5월 27일 상장 당시 이 상품들의 하루 거래대금은 폭발적이었습니다. 최근 3개월 일평균 거래대금은 8조 7696억 원에 달했지만, 8월 26일 하루 거래대금은 8429억 원으로 떨어졌습니다. 3개월 평균 대비 90.4% 감소한 수치입니다. 자금 이탈도 구체적으로 드러납니다. 7월 26일부터 8월 25일까지 한 달 사이, 자금 유출 상위 5개 상품에서 빠져나간 돈만 총 1조 482억 원이었습니다. 'KODEX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에서 3994억 원,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에서 2702억 원이 순유출됐습니다.
이 상품들은 기초자산의 기간 수익률이 아니라 '일간 수익률의 두 배'를 추종합니다. 하루 단위로 두 배를 계산하고, 다음 날 또 그 기준에서 두 배를 계산합니다. 주가가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면 이른바 '음의 복리 효과'가 쌓입니다. 예를 들어 기초자산이 10% 오른 뒤 10% 내리면 원래 가격보다 1% 낮아지지만, 이 상품은 두 배를 추종하므로 20% 오른 뒤 20% 내려 원래보다 4% 낮아집니다. 이 효과가 급등락이 반복되는 구간에서 누적되면, 기초자산이 회복해도 상품 가격은 출발점으로 돌아가지 못합니다. 정방향과 인버스 상품이 동시에 손실을 기록한 것은 이 구조 때문입니다.
당국은 손실과 과열 우려가 커지자 7월 31일부터 기본예탁금을 현금 3000만 원으로 올렸습니다. 8월 19일부터는 신규 투자자가 5거래일 동안 총 5시간의 모의거래를 이수해야 거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조치들 이후 코스피 변동 폭은 줄었고,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하루 걸러 발동했던 7월과 달리 8월에는 시장이 상당히 안정됐습니다. 다만 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되자 정부는 개인별 투자한도 20% 총량 관리와 긴급 시장 안정화 조치 등 추가 보완책에 대해서는 속도 조절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같은 기간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서 이탈한 자금은 시장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ETF로 옮겨갔습니다. 한 달 사이 'TIGER 미국S&P500'에 1조 434억 원이 순유입돼 전체 ETF 가운데 가장 많은 자금을 끌어모았습니다. 'KODEX 미국나스닥100'과 'KODEX 200'에도 각각 7024억 원, 6610억 원이 들어왔습니다. 특정 종목 단기 방향에 두 배로 베팅하는 상품 대신, 국내외 주요 지수에 분산 투자하는 상품으로 수요가 이동한 흐름입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은 '기초자산이 회복되면 내 상품도 회복된다'는 판단이 작동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일간 수익률의 두 배를 추종하는 구조 때문에 음의 복리 효과가 누적되면, 기초자산이 원래 수준으로 돌아와도 상품 가격은 그 아래에 머물 수 있습니다. 현재 이 상품을 신규 거래하려면 현금 3000만 원의 기본예탁금과 5시간의 모의거래 이수가 필요합니다. 상품 구조와 거래 조건은 한국거래소 공식 홈페이지(krx.co.kr) 또는 각 자산운용사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5월 말 출시 당일 2만 원짜리 상품을 산 투자자들은, 석 달이 지난 지금도 그 2만 원 아래에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