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태어나도 2.7%만 쉰다 — 증권사 아빠 육아휴직의 문턱 올 상반기, 국내 대형 증권사 9곳에서 자녀가 태어난 직후 육아휴직을 쓴 남성 직원은 평균 100명 중 3명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같은 기간 여성의 사용률은 59.6%였습니다. 남성과 여성의 격차가 20배를 넘습니다. 이것은 일부 회사의 예외적인 수치가 아닙니다. 공시를 낸 9개 대형사의 공통된 풍경입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상반기 대형 증권사 10곳 가운데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을 공시한 9개사(대신증권은 미공시)의 평균 사용률은 2.7%였습니다. 가장 높은 곳은 삼성증권으로 8.0%였고, KB증권 6.0%, NH투자증권 5.9%, 미래에셋증권 4.0%가 뒤를 이었습니다. 반면 한국투자증권·신한투자증권·키움증권·하나증권·메리츠증권 등 5곳은 사용률이 0%였습니다. 회사 절반 이상에서 출생 직후 육아휴직을 쓴 남성 직원이 공시상 집계되지 않았습니다.
추이만 보면 개선 흐름은 있습니다. 비교 가능한 7개사의 평균 남성 사용률은 지난해 상반기 1.8%에서 올해 상반기 3.4%로 높아졌습니다. 지난해까지 나란히 0%였던 삼성증권·KB증권·NH투자증권에서 올해 처음 실적이 잡힌 덕분입니다. 다만 방향이 엇갈린 곳도 있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은 8.0%에서 4.0%로 절반이 됐고, 하나증권은 4.5%에서 0%로 떨어졌습니다. 전반적인 평균이 오른다고 해서 모든 회사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 짚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공시상 사용률과 실제 육아휴직자 수는 다른 지표입니다. 사용률은 해당 연도에 자녀가 태어난 직원 가운데 출산 직후 일정 기간 안에 휴직에 들어간 비율을 기준으로 합니다. 올 상반기 신한투자증권의 남성 육아휴직자는 32명이었고, 한국투자증권·키움증권·하나증권은 각각 4명, 메리츠증권은 3명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들 모두 사용률은 0%로 집계됐습니다. 육아휴직을 쓰는 남성 직원이 아예 없는 것이 아니라, 자녀가 태어난 직후에 쉬는 경우가 드물다는 뜻입니다. 아이가 태어난 그 시점에 자리를 비우지 못하는 구조가 수치 뒤에 있습니다.
왜 출생 직후 휴직이 어려울까요. 증권업의 특성과 관련이 있습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프라이빗뱅커(PB)나 기업금융(IB)처럼 개인의 영업 실적과 딜 성과가 보상으로 직결되는 부서는 장기간 업무에서 이탈하는 데 상대적으로 부담을 크게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PB는 고액 자산가의 자산을 직접 관리하는 직군이고, IB는 기업 인수·합병이나 자금 조달 거래를 주도하는 부서입니다. 두 직군 모두 담당자가 자리를 비우면 고객 관계나 진행 중인 거래에 즉각적인 영향이 생길 수 있습니다. 같은 관계자는 "육아휴직을 쓰더라도 당초 계획보다 일찍 복귀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같은 기간 배우자 출산휴가 이용은 다른 양상을 보였습니다. 관련 수치를 공시한 8개 증권사 중 6곳에서 이용자가 늘었고, 전체 인원은 267명으로 전년 동기 197명보다 35.5% 증가했습니다. 배우자 출산휴가는 통상 수일에서 2주 이내로 업무 공백이 짧습니다. 휴가 기간이 짧을수록 쓰기 쉽고, 길어질수록 부담이 커지는 구조가 두 지표의 격차로 드러납니다.
공시상 '사용률 0%'는 육아휴직자가 전혀 없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자녀 출생 직후라는 특정 시점에 휴직을 시작한 직원이 집계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현재 고용노동부는 자녀 출생 후 18개월 이내에 부모 각각이 3개월 이상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급여를 추가로 지원하는 '6+6 부모 육아휴직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육아휴직 관련 제도 문의는 고용노동부 고객상담센터(국번 없이 1350)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증권사 남성 직원 100명 중 3명이 출생 직후 쉰다는 수치는, 제도가 없어서가 아니라 쓰기 어렵기 때문에 나온 숫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