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년, 원전 45기 분량을 태양광과 바람으로 채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태양광 설비는 약 31GW였습니다. 정부는 이 수치를 2040년 155GW까지 늘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수치 하나만으로는 실감이 어렵지만, 원전 45기가 만들어내는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감당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이것이 이번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핵심입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25년 4월 26일 서울 여의도 한국전력공사 남서울본부에서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대국민 정책토론회를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2040년 재생에너지 설비 규모를 220GW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원전 이용률 80%, 태양광 이용률 20%, 풍력 이용률 30%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220GW 규모의 재생에너지는 대략 1.4GW급 원전 45기가 생산하는 전력량에 해당합니다. 발전원별로 보면 태양광이 155GW로 전체의 70%를 차지하고, 풍력이 61GW로 나머지를 채웁니다.
2040년 계획이 현재와 얼마나 다른지는 출발점과 비교해야 보입니다. 태양광 설비는 2024년 말 약 31GW에서 2030년 87GW, 2040년 155GW로 늘어납니다. 15년 사이 약 5배 증가입니다. 풍력은 변화가 더 급격합니다. 2025년 말 현재 국내 전체 풍력 설비는 2.4GW이고, 이 중 해상풍력은 16.7%인 약 0.4GW에 불과합니다. 2040년에는 전체 풍력 61GW 중 해상풍력이 74%를 차지합니다. 약 45GW로, 현재보다 100배 이상 늘어나는 셈입니다.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의 무게중심을 해상풍력에 두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재생에너지 220GW를 세운다고 해서 다른 발전원을 줄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전력수요 자체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1차 전기본 수립 당시 2038년 최대 전력수요는 129.3GW로 잡혀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최근 발표한 2040년 전력수요는 최대 165GW에 달합니다. 2년 새 목표 연도를 2년 늦췄는데도 수요가 35.7GW 더 늘어난 것입니다. 반도체 공장, AI 데이터센터 등 이른바 '3대 메가 프로젝트'에 필요한 전력수요가 주된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재생에너지 발전 효율을 감안하면, 220GW를 모두 세워도 6GW 이상의 전력을 다른 발전원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계산입니다. 이는 1.4GW급 원전을 4~5기 더 지어야 공급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은 2025년 9월 중 공개됩니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동의하는 전문가들도 우려를 감추지 않습니다. 태양광과 풍력은 '간헐성 발전원'입니다. 햇빛이 없는 밤, 바람이 멎는 날에는 전력 생산이 급격히 줄어듭니다. 전문가들은 송전망 등 전력 계통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간헐성이 큰 발전원 비중을 빠르게 높이면 전력 계통의 불안정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발전 설비 규모와 실제로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능력은 별개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수요 측면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있습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반도체 팹이나 AI 데이터센터는 전력수요가 24시간 큰 편차가 없으므로 안정적으로 전원을 공급할 수 있는 발전원으로 대응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밝혔습니다. 재생에너지는 날씨에 따라 출력이 달라지는 반면, 반도체·AI 시설은 생산 차질을 허용하지 않는 구조입니다. 정부가 원전과 LNG 설비도 함께 늘리는 방향으로 계획을 잡은 배경이기도 합니다. 재생에너지 220GW와 신규 원전 4~5기가 동시에 추진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를 220GW로 늘리는 계획은 확정이 아닙니다. 현재 발표된 것은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공개된 '보급 전망'이며,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포함한 최종 12차 전기본은 2025년 9월 이후 윤곽이 드러납니다. 전력 계통 안정성에 대한 우려, 수요 전망 상향, 발전원별 확대 규모는 이후 계획 확정 단계에서 조정될 수 있습니다. 31GW에서 시작해 155GW를 목표로 잡은 숫자 뒤에는, 그 전기를 실어 나를 송전망 문제가 아직 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