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이 금리를 올렸는데, 시장은 왜 안도했을까 기준금리가 연 3%가 됐습니다. 2021년 8월 0.5%에서 오르기 시작한 금리가 2회 연속 인상을 거쳐 3%에 도달했습니다. 그런데 발표 직후 시장 반응은 긴장이 아니라 안도였습니다. 금리를 올렸는데 오히려 채권금리가 정점을 찍었다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이 역설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8월 27일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로 0.25%포인트 올렸습니다. 인상 근거로 제시된 수치는 세 가지입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월 3%대로 반등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8월 넷째 주 기준 전주 대비 0.29% 올랐고, 상승 폭은 직전 주보다 0.07%포인트 확대됐습니다. 포괄적 가계부채는 올해 2분기 기준 사상 처음으로 2000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한은은 올해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를 3.3%로 제시했습니다. 석 달 전 대비 0.7%포인트 높인 수치로, 2021년 5월 이후 5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상향 조정입니다. 반도체 중심의 경기 호조세가 내년까지 이어진다는 판단이 깔려 있습니다.
이번 인상은 2회 연속입니다. 앞서 7월 금통위에서도 금리를 올린 뒤 8월에 다시 올렸습니다. 점도표로 보면 방향은 더 선명합니다. 금통위원 21명의 6개월 후 기준금리 전망을 모으면 3.25%에 10개, 3.5%에 6개, 3%에 5개가 분포합니다. 중간값은 3.25%입니다. 석 달 전 점도표 중간값이 3%였던 것과 비교하면 0.25%포인트 높아졌습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이를 "앞으로 네 번의 회의에서 지금보다 한 번 정도 더 금리를 올리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신현송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선제적', '조기 대응'이라는 표현을 여러 차례 사용했습니다. "선제적 대응은 기대인플레이션을 조속히 안정시켜 긴축의 강도와 기간을 줄이고 궁극적으로 성장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 대다수의 연구 결과"라고 밝혔습니다. 신 총재는 "뒤늦은 대응을 했을 때 그만큼 비용이 많이 든다"며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처럼, 이번에 호미로 정책을 펴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물가·환율뿐 아니라 수도권 주택 가격 상승세와 가계부채 증가세를 함께 잡겠다는 의도입니다. 기대인플레이션이란 사람들이 앞으로 물가가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는 심리를 가리킵니다. 이 심리가 굳어지면 실제 임금과 가격이 따라 오르는 악순환이 생깁니다. 한은이 먼저 움직여 그 예상을 낮추겠다는 게 이번 금리 인상의 핵심 논리입니다.
2회 연속 인상에도 불구하고 한은은 속도 조절을 사실상 예고했습니다. 신 총재는 "이번에 두 번 인상했기 때문에 환율, 수입물가, 물가 상승세가 안정될지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10월 금통위에서 추가 인상은 없을 것임을 시사한 발언입니다.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는 문구를 삭제했습니다. 시장에서 '매파적 금리 결정, 비둘기적 향후 경로'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금통위원 다수는 추가 인상 시점을 내년으로 보고 있습니다.
비둘기적 향후 경로 전망을 받아 채권시장에서는 금리 정점론이 나왔습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8월 금통위 이후 시장금리 정점 확인 가능성이 커졌다"며 국고채 3년물 3.8%, 10년물 4.2%를 적정 수준으로 제시했습니다. 반면 박준우 하나증권 연구원은 "인상 속도 조절 기대로 국채금리가 하락할 수는 있으나 경기 확장 국면 초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추가 매수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겠다는 뜻입니다.
기준금리 3%는 숫자 자체보다 '이후 경로'가 더 중요합니다. 한은이 스스로 밝힌 향후 경로는 이렇습니다. 10월에는 올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내년까지 한 번 더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금통위원 다수 의견입니다. 최종 금리 수준은 3.25%가 중간값입니다. 대출이 있다면 변동금리 상품의 기준이 되는 시장금리가 앞으로 얼마나 더 오를지를 확인하는 것이 실질적인 참고 지점입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 시스템(ecos.bok.or.kr)에서 기준금리 추이와 통화정책방향 의결문 전문을 무료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파트값이 오르고, 가계부채가 2000조 원을 넘은 시점에 한은이 금리를 올렸습니다. 그리고 "다음은 천천히"라고 했습니다. 호미로 막겠다던 총재의 말이 실제로 맞는지는 앞으로 몇 달이 보여줄 것입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기자간담회 발언,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