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일 부총리 후보자, 조용히 지명됐다 — 그에게 주어진 방정식은 조용하지 않다 지명 당일 이형일 후보자는 기자들 앞에 서지 않았습니다. 짧은 서면 메시지 하나만 남겼습니다. 전임 부총리가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내린 판단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조용한 지명 뒤에, 세제개편 수습·3500억 달러 대미 투자·내수 확산이라는 과제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형일 후보자는 6월 30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습니다. 재경부 현직 차관이 곧바로 부총리에 오른 첫 사례입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행정고시 36회로 공직을 시작했고, 거시정책과 금융 분야를 두루 거쳤습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6월, 국내 거시경제를 총괄하는 기재부 1차관에 가장 먼저 발탁됐고, 이번에 부총리 후보자가 됐습니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인선 배경으로 "당적이나 출신을 넘어 오직 실력 중심의 인사를 기준으로 삼았다"고 밝혔습니다.
이 후보자의 이력은 특이합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과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을 지냈습니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한직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차관보와 통계청장을 연이어 맡았습니다. 이재명 정부에서는 1차관을 거쳐 이번에 부총리 후보자로 지명됐습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경제정책 핵심 라인에서 중용된 셈입니다. 재경부 관계자는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게 전현직 관료들의 한결같은 평가"라고 말했습니다. 직원들이 뽑는 '닮고 싶은 상사'에 세 차례 선정돼 명예의 전당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이 후보자가 가장 먼저 정리해야 할 현안은 '2026년 세제개편안'입니다. 정부는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 공제를 기존 12억 원에서 9억 원으로 낮추는 안을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여당과 시장의 반발에 부딪혀 다시 12억 원을 유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세제 혜택이 있는 개인 투자 계좌) 개편안과 주가 급락을 방지하기 위한 이른바 '주가 누르기 방지법'은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습니다. 정책 설계의 정교함을 높이는 동시에 시장과의 소통을 회복해야 한다는 과제가 생겼습니다.
대미 통상 현안도 남아 있습니다. 미국은 한국 측이 약속한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이행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이 중 2000억 달러 전략 투자의 첫 사업을 확정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변수는 외환시장입니다. 연간 200억 달러의 대미 투자용 외화자금이 빠져나갈 경우 환율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외환시장 안정과 투자사업의 상업적 합리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가장 구조적인 과제는 거시경제 전반입니다. 반도체 호황으로 성장세는 이어지고 있지만, 그 효과가 내수와 고용 등 경제 전반으로 충분히 확산되지 않고 있습니다. 물가와 집값 안정까지 동시에 잡아야 합니다. 여기에 제도적 제약이 더해집니다. 예산 기능은 기획예산처에, 금융정책 기능은 금융위원회에 나뉘어 있습니다. 경제부총리가 실질적인 조정력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가 이번 임기의 관건이 됩니다.
이 후보자 앞에 놓인 현안 중 당장 독자에게 가장 직접적인 것은 세제개편안입니다.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 공제는 현행 12억 원에서 9억 원으로 낮추는 안이 추진됐다가 철회됐습니다. 현재는 12억 원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지만, 국회 심의가 남아 있습니다. ISA 개편안도 전면 재검토 지시가 내려진 만큼, 세금 설계를 앞두고 있다면 최종 확정 전까지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세제 관련 문의는 국세청 홈택스(126) 또는 재정경제부 세제실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가 기자들 앞에 서지 않고 서면 메시지 한 줄만 남긴 날, 그에게 주어진 과제들은 이미 공개되어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