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로 넘어가는 내 전세 보증금, 돌아올 수 있을까 올해 1월부터 8월 28일까지 전국에서 경매에 넘겨진 아파트·연립·오피스텔은 3만 1118건입니다. 8개월 만에 2024년 한 해 전체 건수(3만 1063건)를 이미 넘어섰습니다. 이 속도는 예외적인 사고가 아닙니다. 2022년부터 쌓여온 깡통전세와 고금리의 여진이 지금 경매 법정에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올해 1~8월 28일 집합건물 강제경매 신청 건수는 1만 3068건입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8457건)보다 54.5% 늘었고, 지난해 연간 전체 건수 (1만 3445건)의 97.2%에 해당합니다. 지난해 강제경매 건수 자체가 대법원이 관련 통계를 공개한 2010년 이후 최대치였는데, 올해는 그 기록을 약 8개월 만에 다시 바라보고 있습니다. 임의경매(원리금 연체로 은행이 개시하는 절차)도 같은 기간 1만 805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7% 증가했습니다. 지난해 임의경매(2만 4848건)는 2014년 이후 11년 만에 가장 많은 수였습니다.
강제경매와 임의경매는 절차가 다릅니다. 임의경매는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사람이 3개월 이상 연체하면 은행이 곧바로 신청합니다. 반면 강제경매는 확정판결 등 집행권원, 즉 법원이 인정한 채권 회수 권리를 먼저 확보해야 합니다. 소송을 먼저 거쳐야 한다는 뜻입니다. 2022년 전후로 드러나기 시작한 깡통전세·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보증금 반환 소송을 제기하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사기 피해 물건의 수습을 맡으면서 그 소송 결과가 지금 강제경매 신청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판결이 나오기까지 통상 수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급증하는 강제경매는 2022~2023년 전세 분쟁의 직접적인 결과입니다.
강제경매가 전세 분쟁의 결과라면, 임의경매 증가는 고금리와 규제의 결과입니다. 이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금리 상승 압력이 커졌습니다. 여기에 올해 4월부터 수도권 규제지역 다주택자의 대출 만기 연장이 원칙적으로 불허됐고, 내년 1월부터는 비거주 1주택자의 기존 대출 만기 연장 제한도 예고된 상태입니다. 만기 연장이 막히면 대출을 한꺼번에 상환해야 하고, 이를 감당하지 못하면 임의경매로 이어집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규제 강화 흐름이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월평균 신청 건수(3890건)를 유지하면 올해 집합건물 경매 신청은 2010년의 4만 6040건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습니다. 2010년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하우스푸어가 속출하던 시기로, 당시 임의경매가 전체의 86%를 차지했습니다. 은행 빚을 못 갚아 집이 경매에 넘어가는 사례가 대부분이었다는 의미입니다. 반면 올해는 전세보증금·채무 분쟁에서 비롯된 강제경매가 전체의 약 41%를 차지합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2010년 같은 연쇄 금융 부실로 번질 우려는 비교적 덜하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그러나 '덜하다'는 것이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경매물건 증가를 시장이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경매분석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률은 6월 34%, 7월 38.3%로 40%를 밑돌았습니다. 부동산 호황기였던 2021년 무렵 낙찰률이 80%까지 올랐던 것과 대조됩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선호 단지에만 응찰자가 몰리고 나머지는 유찰을 거듭하며 시장에 남아 있다"고 설명합니다. 서울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100% 안팎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는 인기 물건만 고가에 팔리며 평균을 끌어올리는 효과입니다. 이 연구원은 "해결되지 않은 경매 물량이 계속 쌓이면 결국 금융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라면, 강제경매는 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는 법적 절차 중 하나입니다. 단, 확정판결 등 집행권원을 먼저 확보해야 신청이 가능합니다. 전세사기 피해자라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피해 지원센터(대표번호 1566-9009)에서 보증금 반환 보증 가입 여부 확인과 피해 접수를 먼저 진행할 수 있습니다. 낙찰률이 40%를 밑도는 시장에서는 경매가 개시돼도 낙찰까지 수개월 이상 걸릴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합니다. 전세 계약서에 사인하던 날, 등기부등본 한 장이 지금의 경매 법정을 만든 출발점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