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56억 달러를 썼고, 한국은 16억 달러에 그쳤습니다 병뚜껑을 만들던 회사가 세계 4대 로봇 기업을 45억 유로에 샀습니다. 2016년의 일입니다. 그 이후 10년, 중국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한국이 첫 번째 대형 로봇 인수에 나선 건 2021년이었습니다. 5년의 간격은 단순한 시차가 아닙니다.
2016년부터 2025년까지 10년간 중국은 전 세계 핵심 로봇 기업 최소 13곳에 56억 달러(약 8조 원)를 투자했습니다. 서울경제신문이 한국·중국 로봇 기업의 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입니다. 한국은 같은 기간 16억 달러를 투자했습니다. 중국의 29% 수준입니다. 한국의 첫 대형 투자는 2021년 현대차의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인수였습니다.
마이디어는 1968년 광둥성에서 5000위안(약 102만 원)의 자본금으로 출발한 병뚜껑 제조 회사입니다. 이 회사가 2016년 독일 쿠카를 45억 유로(약 7조 1500억 원)에 인수했습니다. 쿠카는 당시 전 세계 4대 산업용 로봇 기업 중 하나였습니다. 인수 후 쿠카는 중국 내에 6개 로봇 생산 공장을 세웠습니다. 현재 위성·로켓 등 중국 첨단산업 공장에서도 쿠카 로봇이 쓰이고 있습니다.
미국 의회 자문 기구인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쿠카 인수가 중국 제조 2025를 앞당겼다"고 분석했습니다. 중국 제조 2025는 2015년 발표된 중국의 제조업 고도화 국가 전략입니다. USCC는 같은 보고서에서 "누가 무엇을 제조하느냐에 누가 혁신을 가져갈지가 결정된다"고 덧붙였습니다. 핵심 산업에서의 M&A가 기술 경쟁력을 바꾸는 직접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이 로봇에서 휴머노이드 산업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봅니다.
중국 기업들은 오랫동안 '산자이(山寨)', 즉 모방품 제조로 불렸습니다. 기술을 직접 개발하기보다 따라 만드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런데 로봇 분야에서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습니다. 완성된 기술을 가진 해외 기업을 직접 사들이는 방식으로 격차를 뛰어넘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것이 중국 제조업 전체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경로가 됐다고 진단합니다. 한국은 같은 시기 이 흐름에 올라타지 못했습니다.
오승훈 한국기계연구원 기계정책센터장은 "로봇 주권 확보를 위한 국가 전략이 시급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의 로봇 투자 규모(16억 달러)와 중국(56억 달러) 사이에는 3.5배 차이가 있습니다. 투자 시작 시점도 5년 늦습니다. 현재 중국이 로봇을 생산하는 공장에서 쿠카 로봇이 쓰이고, 그 쿠카를 중국이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단순한 시장 점유율의 문제가 아닙니다.
중국의 로봇 기술 확보 전략에서 핵심은 속도와 규모였습니다. 10년간 13곳에 56억 달러. 한국이 같은 전략을 뒤늦게 시작했다는 것, 그리고 그 출발이 2021년 현대차의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였다는 것을 기억해 두시면 이후 한국 로봇 산업 관련 뉴스를 읽을 때 맥락이 보입니다. 관련 정책 동향은 한국기계연구원(www.kimm.re.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16년, 병뚜껑 회사는 로봇 회사가 됐습니다. 그 선택이 지금 56억 달러짜리 격차로 남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