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없이 버는 기업이 살아남는다 — 고금리 장세의 셈법 기준금리가 두 달 연속 올랐습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7일 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0.25%포인트 인상했습니다. 이런 식의 연속 인상은 2022년 4월~2023년 1월 이후 3년 7개월 만에 처음입니다. 미국에서도 물가가 연준 목표치인 2%를 웃도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이 금리 환경이 예외적 국면이 아닐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한국은행의 이번 금리 인상은 '백투백 인상'으로 불립니다. 두 달 연속 올린 것입니다. JP모건은 한은이 오는 11월 추가 인상에 나서 최종금리를 연 3.75%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미국에서도 긴축 신호가 나왔습니다.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지난달 28일 잭슨홀 연설에서 추가적인 정책 대응 가능성을 열어뒀습니다. 미국의 7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해 목표치 2%를 크게 웃돌았고, 근원 PCE도 3.3% 올랐습니다. PCE 199개 세부 품목 중 54%가 최근 12개월간 3% 이상 상승했습니다.
다만 추가 인상을 확정적으로 보기는 이르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7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2.5% 상승에 그쳤고 추가 둔화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습니다. "당분간 연준은 금리 인하보다는 현 수준을 유지하면서 물가 흐름을 확인할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입니다. 워시 의장의 발언을 "금리 인하 기대를 낮추고 긴축 경계감을 높인 매파적 메시지"라고 평가하면서도, 현재로서는 동결 가능성을 더 높게 봤습니다. 올리느냐 유지하느냐의 문제보다, 높은 금리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가 증시의 실질적 변수라는 뜻입니다.
고금리 국면에서 증권가가 주목하는 지표는 자기자본이익률(ROE)입니다. ROE는 주주가 맡긴 자본으로 기업이 얼마나 이익을 냈는지를 나타냅니다. ROE는 자산 수익성(ROA)과 재무레버리지(부채를 활용한 자산 확대 비율)에 의해 결정됩니다. 금리가 오를 때는 두 가지 ROE 상승 방식이 갈립니다. 하나는 빚을 늘려 자산 규모를 키우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보유 자산 자체의 수익성을 높이는 방식입니다. 금리가 높을수록 이자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전자보다 후자가 유리해집니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상 이후 고금리 국면에서도 주가 수익률이 높았던 업종의 공통점은 재무레버리지 비율은 하락하고 ROA 상승을 통해 ROE가 상승했다는 점"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하나증권이 제시한 업종은 전력기기, 방산, IT하드웨어, 화장품, 제약·바이오입니다. 미국 제조업 경기 확장으로 이익 추정치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으면서, ROA 개선이 ROE 상승을 이끄는 기업을 선별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삼성전기의 ROA가 올해 10.1%에서 내년 15.7%로, ROE는 14.9%에서 23.3%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재무레버리지가 1.5배로 유지되는 상황에서 자산 효율성 개선만으로 ROE가 크게 오르는 구조입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ROA가 4.9%에서 11.0%로 두 배 이상 뛰고 ROE도 7.3%에서 16.3%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효성중공업은 ROA가 9.9%에서 12.2%, ROE는 28.9%에서 31.8%로 상승하는 반면 재무레버리지는 2.9배에서 2.6배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이 수치들은 하나증권의 자체 추정치입니다. 확정된 실적이 아닙니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1980년 이후 미국 중간선거가 치러진 해의 9월 S&P500지수와 코스피의 월평균 수익률은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상승 확률도 45%에 그쳤습니다. 반면 10~11월에는 평균 수익률과 상승 확률이 모두 개선되는 흐름이 나타났습니다. 하나증권은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4.0~4.6% 수준에서 움직인다고 가정할 경우 코스피 상단을 7900~8350선으로 제시했습니다. 이 연구원은 "9월은 4분기를 대비하는 포트폴리오 구성이 필요하다"며 "금리가 오르거나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환경에서는 ROE가 주가를 결정하는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업이 ROE를 어떻게 높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부채를 늘려서인지, 자산 수익성이 올라서인지를 구분하는 것입니다. 재무레버리지가 오르는데 ROE도 오른다면 전자이고, 레버리지는 그대로이거나 낮아지는데 ROE가 오른다면 후자입니다. 고금리 장세에서는 이 차이가 주가 흐름의 갈림길이 될 수 있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입니다. 두 달 연속 기준금리가 오른 지금, 금리가 언제 내릴지보다 높은 금리가 얼마나 오래갈지를 먼저 따지는 셈법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