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호주, 광물부터 방산까지 손잡는다 호주는 리튬·니켈·코발트 등 배터리 핵심 광물 매장량 세계 1위 국가입니다. 한국은 그 광물을 가공해 배터리와 전기차를 만드는 나라입니다. 7월 2일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열린 합동회의는 이 구도를 공식 협력으로 묶는 자리였습니다. 지정학적 공급망 재편이 가속하는 지금, 이 회의는 두 나라가 47번째로 마주 앉은 자리였습니다.
7월 2일(현지 시간) 호주 애들레이드 오벌에서 제47차 한·호 경제협력위원회 합동회의가 열렸습니다. 양국 정재계 인사 20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회의 결과로 공동성명서가 채택됐고, 3대 협력 과제가 공식화됐습니다. 핵심 광물 공급망 고도화, 친환경 에너지 생태계 조성, 방산·조선·우주· 첨단 R&D가 그것입니다. 포스코, LX인터내셔널, GS건설, 효성중공업 등 국내 기업들은 패널 세션에서 구체적인 협력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한·호 경제협력위원회는 수십 년간 양국 기업 간 협력 채널 역할을 해왔습니다. 정기 합동회의를 통해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구조는 이번에도 같습니다. 그러나 이번 공동성명서는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대응"을 명시했습니다. 이전 회의들이 교역 확대에 방점을 뒀다면, 이번은 공급망 안정을 핵심 키워드로 내세웠습니다. 미국의 관세 압박과 중국 중심 공급망 재편이 동시에 진행되는 시점과 맞닿아 있습니다.
호주는 광물을 캐고, 한국은 가공한다는 단순 분업 구도를 이번 성명서는 넘어섰습니다. 공동성명서는 핵심 광물·배터리 소재의 '밸류체인 통합'을 명시했습니다. 채굴에서 소재·부품 생산까지 공동으로 구축하겠다는 뜻입니다. 수출신용기관(ECA) 금융 지원 강화도 포함됐습니다. ECA는 정부가 뒷받침하는 기관으로, 수출 기업에 금융·보증을 제공합니다. 민간 기업이 단독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대형 프로젝트에 정부 보증이 결합되는 구조입니다. 수소환원제철은 포스코가 직접 발표한 협력 방향으로, 석탄 대신 수소로 철을 만드는 기술입니다. 탄소 포집 및 저장(CCS)도 의제에 올랐습니다. 이산화탄소를 지하에 가두는 이 기술은 호주의 지질 조건에 유리합니다.
공동성명서는 협력 의지를 담은 문서입니다. 구속력 있는 계약은 아닙니다. 47차례 회의가 있었지만, 실제 투자·사업화까지 이어진 사례는 공개된 정보만으로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호주 측은 한국의 CPTPP 가입을 적극 지지하기로 했습니다. CPTPP는 아시아·태평양 11개국이 참여하는 다자 자유무역협정으로, 한국은 현재 가입을 검토 중입니다. 가입이 실현될 경우 양국 무역 조건이 바뀔 수 있지만, 가입 여부와 시점은 아직 미정입니다.
한·호 경협위원장을 맡은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굳건한 신뢰 속에서 미래 첨단산업 파트너십을 업그레이드하자"고 말했습니다. 호주 측 AKBC 위원장 마틴 퍼거슨은 "에너지 안보 등 핵심 분야에서의 협력이 양국 간 차세대 파트너십을 여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두 발언 모두 '업그레이드'와 '차세대'를 강조합니다. 기존 협력 구도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수준을 높이겠다는 의지로 읽힙니다. 페니 웡 호주 외무장관과 돈 패럴 통상관광부 장관도 회의에 참석해 정부 차원의 무게를 더했습니다.
이번 합동회의의 실질적 이행 여부는 내년 한국에서 열릴 제48차 합동회의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발표된 협력 계획들이 실제 투자·계약으로 이어졌는지가 그 자리에서 드러납니다. 광물 확보든, 수소 기술이든, 48차 회의는 47차의 성과표가 됩니다. 애들레이드에서 맺은 약속이 어디까지 갔는지는, 다음 자리가 알려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