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 달러 협상이 풀리자, 멈춰 있던 핵잠 논의가 다시 움직입니다 🏃 열리지 않을 수도 있었던 회담이었습니다. 22일 현지 시간,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주 앉았습니다. 개최 여부가 당초 불투명했는데, 대미 전략 투자 협상이 진전을 이루면서 성사됐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한동안 이름만 남아 있던 두 가지가 다시 나왔습니다. 핵추진잠수함, 그리고 전시작전통제권입니다.
청와대는 22일 뉴욕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회담 결과를 설명했습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자주국방 역량 강화를 위해 방위비를 증액하거나 한반도 방위에 더 많은 책임을 지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그 연장선에서 핵잠 논의가 가속화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했습니다. 방위비를 더 내겠다는 말과 핵잠 논의를 서둘러달라는 말이 한 묶음으로 전달된 셈입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2025년 8월 워싱턴, 2025년 10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이어 세 번째입니다. 한미는 지난해 2,0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에 합의했고, 그때 핵잠수함 도입과 우라늄 농축,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도 함께 논의했습니다. 다만 두 갈래의 속도가 달랐습니다. 투자 쪽은 협상이 굴러갔지만, 안보 분야 협의는 더디게 진행됐습니다. 이번 회담으로 후속 협의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핵추진잠수함은 원자력을 동력으로 쓰는 잠수함입니다. 그래서 논의 목록에는 잠수함 한 척이 아니라 연료가 함께 올라갑니다.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밝힌 협력 분야는 네 가지였습니다. 핵잠 연료, 농축 재처리, 조선 협력, 그리고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입니다. 전작권은 전쟁이 났을 때 한국군을 지휘하는 권한으로, 지금은 미국이 주도하는 한미연합사령부가 갖고 있고 한국군으로 넘기는 문제가 협의 중입니다. 위 실장은 이 분야들에서 "협력을 한층 더 심화시키기로 하는 공동 의지를 확인하고 후속 협의를 해나가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문제도 테이블에 올랐습니다. 위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대화 의지를 재확인했다"며 두 정상이 "피스메이커와 페이스메이커로서 지속 가능한 평화를 한반도에 정착할 수 있도록 소통해나가기로 했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한 가지가 비어 있었습니다. 북미 사이에 구체적인 연락이 오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고 청와대는 밝혔습니다. 의지는 확인됐지만, 실제로 선이 연결돼 있는지는 이날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이 대통령은 같은 날 유엔 총회 기조연설도 했습니다. 여기서는 한반도 평화 체제를 논의할 당사자로 남북만 꼽지 않았습니다. 미국과 중국을 관련 당사자로 직접 언급했습니다. 에너지 문제도 다뤘습니다.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 사태로 에너지 공급망이 불안해진 상황을 두고 '건설적 기여국 연대'를 제안했습니다. 회담장에서는 한미 양자 현안을, 연설장에서는 다자 구도를 꺼낸 하루였습니다.
이날 나온 결론은 "합의"가 아니라 "후속 협의"입니다. 핵잠 연료와 농축·재처리, 조선 협력, 전작권 전환 네 가지는 협력을 심화하자는 공동 의지가 확인된 단계까지 왔습니다. 그래서 지켜볼 지점은 회담 그 자체가 아니라 그다음입니다. 후속 협의가 언제 어떤 형식으로 열리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2,000억 달러 대미 투자 협상과 어떤 속도로 맞물리는지입니다. 열릴지 불투명했던 회담이 투자 협상의 진전으로 성사됐다는 사실 자체가, 이 두 갈래가 따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