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일 넘게 빈 대법관 자리, 대법원장이 재제청을 거부하다 🪑 “구체적인 헌법적 근거와 사유를 찾을 수 없어 응할 수 없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2026년 9월 22일 내놓은 답입니다. 청와대가 대법관 후보자를 다시 제청하라고 요구한 지 25일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그 사이 대법관 한 자리는 200일 넘게 비어 있었습니다. 대법원장의 추천과 대통령의 임명이 맞물려 돌아가야 하는 절차가, 서로를 향해 멈춰 선 상태입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9월 22일 입장을 내고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출발점은 8월 28일입니다. 청와대는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제청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보내지 않았습니다. 임명동의안은 국회 동의를 받기 위해 대통령이 국회로 보내는 문서인데, 이것이 넘어가지 않으면 절차는 그 자리에서 멈춥니다. 대신 청와대는 후보를 다시 제청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대법원장이 거부 입장을 내자 청와대는 두 차례 입장을 내고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대통령 임명권보다 우위에 있다는 헌법 위배적 인식”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대법관 공석 기간은 9월 22일 기준 200일을 넘겼습니다. 재제청 요구와 거부가 오간 25일은 그 긴 공백의 끝에 덧붙은 시간입니다. 그리고 이 사안은 한 자리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임기 중 전체 대법관 26명 가운데 22명을 새로 임명합니다. 이미 임명된 김성수 신임 대법관도 그 22명에 포함됩니다. 대법원 구성의 대부분이 한 정부 임기 안에서 교체되는 일정인 셈입니다. 대통령이 임명권만 앞세울 경우 대법원이 정권 성향에 맞는 인사들로 채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입니다.
헌법 104조 2항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합니다. 한 문장 안에 대법원장의 제청, 국회의 동의, 대통령의 임명이라는 세 단계가 순서대로 들어 있습니다. 제청은 대법원장이 후보를 대통령에게 공식 추천하는 절차이고, 두 권한은 각각 독립된 헌법상 권한으로 보장됩니다. 대통령의 임명권에는 제청된 후보를 거부할 권한도 포함된다는 해석이 많습니다. 다만 거부와 재제청 요구는 다른 문제입니다. 청와대가 든 이유는 사전 협의가 부족했다는 것인데, 이 협의는 법에 적힌 요건이 아니라 관행입니다.
청와대는 손 부장판사 대신, 기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다른 후보를 재제청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법원조직법상 추천위는 추천을 마치면 해산된 것으로 봅니다. 이미 해산된 기구의 명단에서 다시 고르라는 요구여서, 절차상 그대로 실행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법적 요건이 아닌 관행을 근거로 재제청을 요구하는 것은 대법원장의 제청권 침해라는 것이 대다수 헌법학자들의 판단입니다. 청와대 요구와 대법원장의 거부가 모두 헌법 조문을 근거로 내세우면서, 갈등은 사상 초유의 헌법상 권한 다툼으로 번지는 양상입니다.
청와대가 선호한 것으로 알려진 후보는 김민기 서울고법 판사입니다. 우리법연구회 출신이자, 대통령이 임명한 오영준 헌법재판관의 배우자입니다. 이 때문에 이해충돌 우려가 제기된 특정 후보를 염두에 두고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무력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대법원장 측 논거는 단순합니다. 재제청을 요구할 구체적인 헌법적 근거와 사유를 찾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반면 청와대는 제청권을 임명권 위에 두는 인식이라고 반박합니다. 양쪽 모두 헌법을 근거로 삼고 있어, 조문 해석만으로는 정리되지 않는 지점에 와 있습니다.
대법관 임명은 제청 → 국회 동의 → 대통령 임명의 세 단계로 움직입니다. 지금 멈춰 있는 지점은 첫 단계와 두 번째 단계 사이, 즉 임명동의안이 국회로 넘어가지 않은 구간입니다. 앞으로 나올 관련 보도를 볼 때 “어느 단계에서 멈췄는지”만 확인하면 상황을 따라가기 쉽습니다. 원문 사설은 대법원장이 추천위를 신속히 새로 구성해 후보자를 제청하고, 청와대가 이를 존중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합니다. 재판 지연의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200일 넘게 비어 있는 자리 하나가, 앞으로 채워질 21자리의 방식까지 함께 묻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