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이 처음으로 직접 받아낸 FDA 항암제 허가, 반응률 45.7% 📬 종양이 기준 이상 줄어든 환자 비율 45.7%, 그 반응이 유지된 기간의 중앙값 11.8개월. HLB의 담관암 치료제 리픽투(성분명 리라푸그라티닙)가 미국 식품의약국 심사를 통과한 근거 숫자입니다. HLB는 현지 시간 23일 허가가 났다고 24일 밝혔습니다. 국내 기업이 항암 신약의 미국 허가를 직접 신청해 승인까지 받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 허가는 미국에서, 신청은 한국 기업이
HLB는 24일, 현지 시간 23일 FDA가 리픽투를 담관암 2차 치료제로 허가했다고 밝혔습니다. 허가 범위는 섬유아세포성장인자수용체2(FGFR2) 유전자에 융합 또는 재배열이 확인된 환자로 한정됩니다. 1차 치료가 듣지 않은 뒤에 쓰는 두 번째 약이라는 뜻입니다. 허가를 신청한 주체는 HLB의 미국 자회사 엘레바 테라퓨틱스였습니다. 해외 제약사에 권리를 넘기고 로열티를 받는 방식이 아니라, 한국 기업의 자회사가 서류를 직접 접수하고 심사에 대응해 승인까지 받아낸 구조입니다.
◾ 2024년에 사온 약이 2년 만에
엘레바가 리픽투를 처음부터 만든 것은 아닙니다. 2024년 미국 릴레이 테라퓨틱스로부터 당시 임상 1·2상 단계에 있던 이 약의 글로벌 개발·상업화 권리를 확보했습니다. 그 뒤 허가 절차를 엘레바가 주도했고, 권리 확보 2년 만에 FDA 승인으로 이어졌습니다. 다음 일정도 이미 움직이고 있습니다. 엘레바는 이달 유럽의약품청(EMA)에 품목허가를 신청했고, 미국 출시 시점은 올해 4분기로 잡혀 있습니다.
◾ FGFR2만 골라 막는 알약
FGFR2는 세포 성장 신호를 받아들이는 단백질 수용체입니다. 이 유전자가 다른 유전자와 붙거나 순서가 뒤바뀌면 성장 신호가 계속 켜진 상태가 되고, 암세포가 자랍니다. 리픽투는 FGFR 계열 여러 수용체 중 FGFR2를 골라 억제하도록 설계된 먹는 알약입니다. 표적이 아닌 수용체까지 억제할 때 생기는 부작용을 줄이려는 설계입니다. 승인의 핵심 근거는 글로벌 임상 1·2상 '리포커스'입니다. 종양이 일정 기준 이상 줄어든 환자의 비율인 객관적반응률은 45.7%, 반응을 보인 환자에서 그 반응이 유지된 기간의 중앙값은 11.8개월이었습니다.
◾ 7,380억 원 시장이 다 내 몫은 아니다
시장 숫자만 보면 넉넉해 보입니다. 미국암학회에 따르면 미국의 담관암 신규 진단 환자는 연간 약 8,000명이고, 시장조사업체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가 추산한 2026년 기준 미국 담관암 치료제 시장 규모는 약 5억 4,000만 달러(약 7,380억 원)입니다. 다만 이 수치는 간내·간외 담관암을 모두 합친 값입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에 따르면 FGFR2 유전자 융합은 간내 담관암의 약 15%에서 나타납니다. 리픽투가 허가받은 환자군이 전체 담관암 환자보다 훨씬 좁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FGFR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는 이미 허가된 약이 있습니다. 기존 약물 대비 경쟁력이 상업화의 변수로 꼽히는 이유입니다.
◾ 선택지가 없던 환자들
김동건 엘레바 대표는 "리픽투를 의료진과 환자들에게 최대한 신속하게 공급하겠다"며 "치료 선택지가 제한적이었던 환자들의 치료 환경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회사는 여기서 멈추지 않겠다는 방침입니다. FGFR2 유전자 융합·재배열이 확인된 다른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도 진행 중입니다. 적응증, 즉 약을 쓸 수 있도록 허가된 질환 범위를 담관암 밖으로 넓히겠다는 것입니다. 유럽 신청도 같은 확장 계획의 일부입니다.
◾ 한 가지만 기억한다면
리픽투는 모든 담관암 환자의 약이 아닙니다. FGFR2 유전자 융합 또는 재배열이 확인돼야 하고, 1차 치료 이후에 쓰는 2차 치료제로 허가됐습니다. 대상 환자를 유전자 검사 결과로 한정한 허가라는 점이 이번 승인의 조건입니다. 국내 허가 여부는 이번 발표에 포함되지 않았고, 미국 출시는 올해 4분기, 유럽은 이달 신청한 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단계입니다. 45.7%와 11.8개월이라는 두 숫자가 실제 처방 현장에서 기존 FGFR 표적 치료제와 어떻게 비교될지는 출시 이후에 드러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