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심장 멀쩡했던 3,028명 중 30.5%가 부정맥이었다고? ⌚ 2017년 독일 뮌헨, 옥토버페스트 현장에서 맥주를 마신 3,028명의 심장 박동이 스마트폰 심전도로 기록됐습니다. 뮌헨대학교 연구팀 조사 결과, 이 중 30.5%에서 심방세동 같은 부정맥이 잡혔습니다. 원래 심장을 앓던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이 숫자는 먼 나라 축제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질병관리청 지역사회건강조사에서 우리나라 성인 33.7%가 한 달에 한 번 이상 폭음한다고 답했습니다.
◾ 과식 뒤 두근거림, 소화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삼성서울병원 부정맥팀은 24일부터 27일까지 나흘간 이어지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과식이나 음주 후 특별한 이유 없이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답답하고 어지럼증이 함께 온다면 급성 부정맥 가능성을 살펴야 한다고 24일 밝혔습니다. 피로와 무기력, 소화불량 같은 일반적인 명절증후군과는 결이 다릅니다. 폭음에 따른 증상은 심혈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병원 측 설명입니다. 심방세동 같은 급성 부정맥은 뇌졸중처럼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1978년에 이미 이름이 붙었습니다
이 현상에는 이름이 있습니다. 휴일심장증후군입니다. 평소 심장질환이 없던 사람이 주말이나 명절 연휴처럼 짧은 기간에 평소보다 많은 술을 마신 뒤 부정맥이 나타나는 임상적 증후군을 말합니다. 1978년 미국 심장학회지에 처음 보고됐습니다. 거의 반세기 전에 보고된 개념이지만, 대규모로 측정된 것은 최근입니다. 2017년 옥토버페스트 조사가 그 사례입니다. 참가자의 30.5%에서 부정맥이 확인됐다는 것은, 단기간 폭음이 심장 리듬에 즉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 술이 심장 리듬을 흔드는 세 갈래
병원 설명에 따르면 과정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알코올과 그 대사산물인 아세트알데히드가 자율신경계를 교란합니다. 부교감신경은 억제되고 교감신경은 과도하게 자극돼, 심장의 전기적 불안정성이 커집니다. 둘째, 알코올의 이뇨 작용입니다. 소변으로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정상적인 심장 박동에 필요한 칼륨과 마그네슘이 함께 소실됩니다. 셋째, 급성으로 많은 알코올에 노출되면 좌심방이 수축하는 기계적 기능이 일시적으로 떨어질 수 있습니다.
◾ 폭음은 예외적인 술자리가 아닙니다
폭음의 기준은 한 번의 술자리에서 남성 7잔, 여성 5잔 이상입니다. 질병관리청 지역사회건강조사에서 우리나라 성인 33.7%가 한 달에 한 번 이상 이 기준을 넘겼습니다. 세 명 중 한 명입니다. 한 발 더 들어가면, 주 2회 이상 폭음을 반복하는 고위험 음주율도 성인의 12%에 달합니다. 명절에만 벌어지는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연휴는 그 빈도가 짧은 기간에 몰리는 시기입니다.
◾ 연휴가 끝난 다음 날, 심정지가 늘었습니다
위험은 연휴 안에서만 끝나지 않습니다. 2026년 3월 국제학술지 'JAMA Network Open'에 실린 국내 연구를 보면, 휴일 이후 첫 평일에 발생한 병원 밖 심정지는 평균 88건이었습니다. 일반 평일 평균 80건보다 9% 많은 수치입니다. 연휴 길이도 변수였습니다. 2~4일 이상 이어지는 긴 연휴 직후에는 심정지 발생 위험이 최대 10%까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번 추석 연휴는 나흘입니다.
◾ 10분이 기준선입니다
어떤 신호를 봐야 할까요. 가슴이 쿵쾅거리며 맥박이 불규칙하게 뛰는 느낌, 명치 끝이나 가슴을 꽉 조이고 짓누르는 압박감이 대표적입니다. 가슴 통증이 왼쪽 팔이나 턱, 치아 쪽으로 뻗는 경우도 있습니다. 호흡곤란, 식은땀, 어지럼증, 실신할 것 같은 느낌이 함께 오면 심혈관질환 가능성을 살펴야 합니다. 박경민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두근거림은 단순한 증상일 수 있지만 폭음을 했다면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증상이 10분 이상 지속된다면 의료기관을 방문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 한 가지만 기억한다면
손목에서 직접 맥박을 세어보는 방법입니다. 김주원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손바닥이 하늘을 향하도록 한 뒤 반대쪽 검지·중지·약지 세 손가락으로 손목 바깥쪽의 맥박을 짚어 10초간 맥박 수를 세고 여기에 6을 곱하면 분당 맥박수를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안정 상태에서 분당 60~100회의 정상 범위를 벗어나거나 맥박 간격이 불규칙하면 부정맥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김 교수는 스마트워치에 탑재된 심전도 기록 기능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맥주 축제 현장의 3,028명 중 상당수는 자신의 심장 리듬이 흔들리는 줄 몰랐습니다. 10초와 손가락 세 개면 확인할 수 있는 숫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