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3개월간 463명, 그중 362명이 같은 크기의 일터에서 일했습니다 🧯 지난 2월 전북 고창의 한 축산농장에서 이주노동자가 손가락을 절단당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고를 두고 농장주가 농어업인안전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보험이 없으면 다쳐도 보상받을 길이 막힙니다. 이 한 건이 예외인지 확인할 방법이 있습니다. 숫자를 보면 됩니다.
◾ 463명 중 362명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나왔다
28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산업재해로 숨진 이주노동자는 총 463명입니다. 사고로 숨진 경우만 아니라 업무상 질병으로 산재를 인정받아 숨진 경우까지 포함한 숫자입니다. 이 중 362명, 78.2%가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습니다. 열 명 중 여덟 명입니다.
◾ 사망만 그런 게 아니었다
같은 기간 산업재해를 입은 이주노동자는 총 3만 8,807명입니다. 이 가운데 2만 9,058명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다쳤습니다. 74.9%, 네 건 중 세 건입니다. 사망(78.2%)과 부상(74.9%)의 쏠림 정도가 거의 같습니다. 특정 사고 한두 건이 만들어낸 숫자가 아니라, 4년 3개월 동안 같은 비율이 유지됐다는 뜻입니다.
◾ 이주노동자 열 명 중 여덟 명이 그곳에서 일한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이민자체류실태및고용조사'를 보면, 외국인 취업자(귀화허가자 포함)의 78.9%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합니다. 취업자 분포 78.9%, 사망자 분포 78.2%. 두 숫자가 거의 겹칩니다. 소규모 사업장에 이주노동자가 몰려 있으니 재해도 거기서 나온다는 것입니다. 다만 50인 미만 사업장은 대규모 사업장에 비해 안전보건 전문인력과 재정 여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에 이주노동자는 언어 장벽과 안전교육 접근성 문제가 겹쳐 산업재해에 더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 다쳐도 통계에 안 잡히는 일터가 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2조에 따라, 상시근로자 5인 미만의 비법인 농·어업 등 일부 사업장은 산재보험 의무가입 대상에서 빠집니다. 산재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으면 산재 통계에도 집계되지 않습니다. 앞서 본 463명과 3만 8,807명이라는 숫자보다 실제 피해 규모가 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정부도 이 빈틈을 알고 있었습니다. 2022년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해, 사업주가 고용허가서를 받으려면 산재보험이나 어선원 재해보상보험에 가입하거나, 그것이 어려우면 농어업인안전보험 가입확약서를 내도록 했습니다.
◾ 약속은 받았지만, 가입까지 확인했을까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가입확약서는 '가입하겠다'는 약속 문서입니다. 확약서를 낸 뒤 실제로 보험에 가입했는지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이주노동자가 산재를 당하고도 보상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고창 축산농장 사고가 바로 그 지점에 걸려 있습니다. 확약서 제도가 도입된 2022년 이후에 벌어진 일인데도, 농장주가 농어업인안전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 국회는 무엇을 요구하고 있나
최기상 의원은 "사업장 규모와 체류자격에 관계없이 모든 외국인 고용사업장에 대한 안전보건 감독을 강화하고 실효성 있는 예방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등 관련 법령을 정비해 모든 이주노동자가 산업재해 예방과 보상체계의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어 "이주노동자들은 우리 사회와 경제를 함께 지탱하는 소중한 구성원"이라며 "'이주노동자 단 한 명도 일하다가 사망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더 넓게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한 가지만 기억한다면
일하는 사업장이 상시근로자 5인 미만의 비법인 농·어업이라면, 산재보험 의무가입 대상이 아닐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사업주가 농어업인안전보험 가입확약서만 내고 실제 가입은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남습니다. 고용허가서 발급 단계에서 어떤 보험에 가입됐는지, 확약서만 제출된 것인지 확인해두는 것이 사고 이후 보상 여부를 가릅니다. 고창의 손가락 절단 사고에서 제기된 주장은 바로 이 확인 절차가 비어 있었다는 것입니다. 463명이라는 숫자 뒤에는, 아직 숫자로 잡히지도 않은 일터가 남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