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수출 대신 도입, HLB는 1년 9개월 만에 FDA 문을 열었습니다 🔑 2026년 9월 23일(현지 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담관암 치료제 '리픽투'를 승인했습니다. 신청서를 낸 곳은 미국 빅파마가 아니라 HLB의 미국 자회사 엘레바 테라퓨틱스였습니다. 국내 기업이 글로벌 항암 신약의 허가를 FDA에 직접 신청해 승인받은 첫 사례입니다. 그동안 한국 제약·바이오의 성공 공식은 '기술수출'이었습니다. 이번은 그 반대 방향입니다.
◾ 허가받은 것은 2차 치료제입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FDA는 23일(현지 시간) 리픽투(성분명 리라푸그라티닙)를 섬유아세포성장인자수용체2(FGFR2) 유전자 융합 또는 재배열이 확인된 국소 진행성·전이성 담관암 성인 환자의 2차 치료제로 허가했습니다. FGFR2는 일부 담관암에서 유전자가 뒤섞이면서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는 수용체입니다. 리픽투는 이 FGFR2만 골라 막는 먹는 항암제입니다. 같은 계열인 FGFR 1·3·4에 대한 억제는 최소화해, 표적이 아닌 곳을 건드려 생기는 부작용을 줄이도록 설계됐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입니다.
◾ 권리를 산 쪽이 허가까지 받았다
엘레바는 2024년 12월 미국 릴레이 테라퓨틱스로부터 이 약의 글로벌 개발·상업화 권리를 확보했습니다. 당시 리픽투는 임상 1·2상 단계였습니다. 계약금과 허가·판매 성과에 따라 지급하는 금액을 모두 합친 계약 규모는 최대 5억 달러, 약 6,800억 원입니다. 이후 엘레바는 기존 임상자료를 분석해 허가 전략을 세우고, 후속 개발부터 허가 신청, FDA 심사 대응까지 직접 주도했습니다. 권리를 확보한 뒤 허가까지 약 1년 9개월이 걸렸습니다.
◾ 국내에서 개발해 파는 경로의 반대편
기존 사례는 방향이 정반대였습니다. 국내에서 개발한 신약을 빅파마에 기술수출하고, 허가와 판매는 해외 기업이 맡거나 공동으로 진행하는 구조였습니다. 이번에는 해외에서 임상 중이던 약의 권리를 한국 기업이 사들여, 허가 신청 주체와 판매 주체 모두를 직접 맡았습니다. 엘레바는 올 4분기 미국 출시까지 직접 추진할 계획입니다.
◾ 승인 근거가 된 숫자는 45.7%였습니다
핵심 근거는 글로벌 임상 1·2상 '리포커스' 결과입니다. 종양이 일정 기준 이상 줄어든 환자의 비율인 객관적 반응률(ORR)은 45.7%를 기록했습니다. 반응을 보인 환자들에게서 그 효과가 유지된 기간, 즉 반응지속기간 중앙값은 11.8개월이었습니다. 임상에서 나타난 안전성 관련 부작용은 약물 용량을 조절해 예측하고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앨리슨 슈람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MSKCC) 부인암 종양내과 전문의는 "리픽투는 지속적인 치료 반응과 관리 가능한 안전성을 보여주며 FGFR2 융합 양성 담관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 허가는 났는데, 시장은 좁습니다
미국암협회에 따르면 미국의 연간 담관암 신규 진단 환자는 약 8,000명입니다. 시장조사업체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가 추산한 올해 미국 담관암 치료제 전체 시장은 약 5억 4,000만 달러, 약 7,380억 원입니다. 다만 이는 간내·간외 담관암 치료를 모두 포함한 규모입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에 따르면 FGFR2 유전자 융합은 간내 담관암의 약 15%에서 나타납니다. 이를 단순 계산하면 리픽투가 표적으로 하는 시장 규모는 1,500억 원 안팎으로 추산됩니다. 리픽투는 유전자 변이가 확인되고 이전에 한 번 치료받은 환자에게만 쓰이는 약입니다. 게다가 기존 FGFR 표적치료제도 이미 허가된 상태라, 기존 약물 대비 경쟁력이 상업화의 변수로 꼽힙니다.
◾ 한 가지만 기억한다면
이번 승인의 의미는 매출 규모보다 경로에 있습니다. 한국 기업이 FDA에 직접 신청해 글로벌 항암 신약 허가를 받은 첫 기록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표적 시장이 1,500억 원 안팎으로 좁고 경쟁 약물이 이미 있다는 점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앞으로 확인할 지점은 두 가지입니다. 엘레바는 이달 유럽의약품청(EMA)에 품목허가를 신청했고, FGFR2 유전자 융합·재배열이 있는 다른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도 진행 중입니다. 판매 지역과 치료 대상 암종을 넓히는 이 두 갈래가 실제로 성과를 낼지가, 4분기 미국 출시 이후의 실질적인 관전 포인트입니다. 김동건 엘레바 대표는 "리픽투를 최대한 신속하게 의료진과 환자들에게 공급하겠다"며 "치료 선택지가 제한적이었던 환자들의 치료 환경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강조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