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이 막히자, EU가 27개국에 보낸 건 실내 온도 얘기였습니다 🌡️ 단 요르겐센 EU 에너지 담당 집행위원이 27개 회원국 에너지 장관 전원에게 서한을 보냈습니다. 내용은 발전소 증설이나 새 수입 계약이 아니었습니다. 공공건물 실내 온도를 낮추고, 야외 난방을 제한하고, 야간에 불필요한 공공조명을 끄자는 것이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벌어지는 일이 유럽 공공건물의 온도 조절기까지 내려온 셈입니다.
◾ 27개국 장관 앞으로 편지가 갔다
26일 현지 시간 포르투갈 공영방송 RTP에 따르면, 요르겐센 집행위원은 EU 27개 회원국 에너지 장관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필요한 기간 동안 가스와 전력 수요를 줄일 수 있는 조치를 도입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 주기를 요청한다"고 밝혔습니다. 강제가 아니라 검토 요청입니다. 그가 든 근거는 과거 경험이었습니다. "자발적이고 잘 계획된 수요 감축 조치는 2022년 에너지 위기 당시 유용한 것으로 증명됐다"는 것입니다.
◾ 2021년 겨울과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서한에서 요르겐센 집행위원은 현재 상황이 에너지 위기가 고조됐던 2021년 겨울과는 다르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유는 세 가지였습니다. 상당한 규모의 새로운 액화천연가스 수입 능력 확충, 풍력·태양광 발전 능력의 지속적인 강화, 그리고 가스 수요 자체의 감소입니다. 액화천연가스는 천연가스를 극저온으로 냉각해 액체로 만든 연료로, 배로 실어 옮길 수 있어 EU가 파이프라인 대신 택한 주요 수입 형태입니다. 그는 이 세 가지 덕분에 "우리는 공동으로 훨씬 더 잘 준비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 가격이 오른 이유를 공급 쪽에서 찾았다
요르겐센 집행위원은 최근 에너지 가격 상승이 "공급 위기와 연계돼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것이 배경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좁은 물길로,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가 지나는 주요 해상 운송로입니다. 이 길이 흔들리자 에너지 가격이 요동쳤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입니다.
◾ 전기를 아끼자는데 가스 얘기가 나온다
수요 감축 방안의 핵심은 전력 사용이 집중되는 피크 시간대의 소비를 줄이는 것입니다. 전기 절약인데 왜 가스 대책인가 싶지만, 요르겐센 집행위원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전력 수요가 가장 많은 피크 시간대에 전력 소비를 줄이면 가스 수요를 직접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피크 시간대 전기를 만드는 발전소가 가스를 태우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런 조치들이 "에너지 수요를 줄이고 발전용 가스 수요에 가해지는 압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가격을 누르는 방식에는 제동을 걸었다
수요를 줄이자는 데는 적극적이었지만, 에너지 가격 규제에는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습니다. 요르겐센 집행위원은 가격 규제가 "국경을 넘는 부정적인 영향 또는 내부시장 왜곡을 초래하지 않도록 대상을 명확히 하고 일시적으로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 회원국이 자국 가격을 누르면 그 부담이 옆 나라로 넘어갈 수 있고, 27개국이 하나로 묶인 전력·가스 시장의 가격 신호가 흐트러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 한 가지만 기억한다면
EU가 이번에 꺼낸 카드는 공급을 늘리는 쪽이 아니라 수요를 줄이는 쪽입니다. 그것도 강제 배급이 아니라 자발적 검토 요청입니다. 공공건물 온도, 야외 난방, 야간 조명처럼 생활에서 눈에 보이는 항목이 목록에 올랐다는 점은, 앞으로 각 회원국이 어떤 조치를 실제로 도입하는지가 관전 포인트라는 신호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논의가 언제 풀리는지, 그리고 27개국 중 몇 곳이 요청을 실제 정책으로 옮기는지를 함께 보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