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태양광, 1년 3개월 만에 번호표가 다시 움직입니다 🚦 2024년 6월, 호남과 충청 지역 변전소들이 '계통관리변전소'로 지정됐습니다. 그날부터 이 지역에 새 태양광 발전소를 전력망에 연결하는 길이 막혔습니다. 사업자들은 언제 풀릴지 모르는 대기줄에 서 있었습니다. 그 제한이 10월 1일 풀립니다. 새 전선은 한 가닥도 깔지 않은 채로요.
◾ 선로 용량 숫자 두 개가 올라갔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26년 9월 29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전력망 혁신 대책'을 보고했습니다. 핵심은 접속 허용 용량의 일괄 상향입니다. 일반 배전선로의 최대 접속 용량은 14㎿에서 16㎿로, 변압기는 50㎿에서 60㎿로 올립니다. 대신 조건이 붙습니다. 발전소의 실제 발전량이 정격 용량에 달하면 출력제어를 강제합니다. 출력제어란 전력망에 부담이 갈 때 발전을 억지로 억제하는 조치입니다. 용량 이상으로 일단 연결해두고, 넘칠 때만 잠그는 방식입니다.
◾ 원전 기준으로 만든 규칙을 태양광에 적용했다
기존 접속 규칙은 대용량 중앙발전 시대의 산물입니다. 원전이나 석탄 발전소는 평소 설비 용량만큼 전기를 생산하니, 정격 용량에 맞춰 접속하는 게 합리적이었습니다. 태양광은 다릅니다. 연중 효율이 가장 높은 시간대에도 설비 용량의 70~80% 이상은 발전하지 못합니다. 평균 이용률은 10% 중반에 그칩니다. 정격 용량을 기준으로 삼으면, 실제로는 전력망에 여유가 있는데도 새 발전소를 못 들이는 구조가 됩니다. 정부 관계자는 "전기가 남아도는 시간대에 출력제어만 할 수 있다면 전력망에 여유가 있는 시간대에 더 많은 발전소를 연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새 전선을 깔고 싶어도 못 깐다
병목을 푸는 정공법은 송배전선 증설입니다. 그런데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커서 속도가 나지 않습니다. 전력망 지연이 재생에너지 확대의 최대 걸림돌이 됐고, 그래서 정부는 우회로를 찾았습니다. 에너지저장장치(ESS)도 함께 씁니다. 발전소가 ESS와 연계돼 스스로 특정 출력 이상 전기를 내보내지 않도록 조절할 수 있다면, 정격 용량과 무관하게 접속을 허용합니다. 정부는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변전소·전력망 연계 ESS 구축 계획을 별도로 반영할 예정입니다.
◾ 접속권 15.8GW 중 쓸 건 3GW뿐이었다
이번에 손대는 또 하나는 '전력망 알박기'로 불리는 허수 접속권입니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호남권 해상풍력 사업자들이 2030년까지 약 15.8GW의 접속권을 갖고 있지만, 실제 이용 전망치는 약 3GW 수준입니다. 정부는 2030년대 이후 접속할 사업자들은 나중에 보강되는 계통을 쓰게 하고, 약 10GW의 접속권을 당장 사업이 가능한 곳에 나눠줄 계획입니다. 2031년 이후에는 오버부킹도 도입합니다. 인허가를 받아도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는 비율이 67.2%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해, 송전망 실제 용량보다 접속권을 더 많이 배분하는 방식입니다. 현재 선착순인 배분 방식에는 고정가격 경쟁입찰 낙찰 사업을 우선하는 안도 담겼습니다.
◾ 유연해진 만큼 관리 부담도 늘어난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기존 전력망 운영 방식이 지나치게 경직적이었던 측면이 있었다"며 "이미 출력제어 제도가 잘 자리 잡았기 때문에 제도를 유연하게 운영하는 것은 바람직한 정책 방향"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부담도 지적했습니다. 유 교수는 "전력 수급을 관리하는 전력거래소와 배전망을 담당하는 한국전력공사의 업무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며 "AI에 기반해 효율적으로 관리가 가능하도록 재원을 투입하고 관리 인력도 대폭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 한 가지만 기억한다면
지역마다 풀리는 시점이 다릅니다. 호남·충청 계통관리변전소의 신규 발전소 진입 제한은 10월 1일부터 해제됩니다. 강원 지역은 동해안-신가평 초고압직류송전(HVDC) 망 준공 시점에 맞춰 내년 상반기께 풀릴 예정입니다. HVDC는 장거리 대용량 전력을 직류로 보내는 송전 방식입니다. 정부 구상대로라면 2030년 기준 송전망 수용량은 119GW에서 171GW로 52GW 늘어납니다. 호남만 보면 37.3GW에서 64.2GW로 약 72.1% 증가합니다. 2024년 6월부터 멈춰 있던 호남의 대기줄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대신, 접속한 발전소들은 전기가 넘치는 시간대에 스스로 출력을 낮춰야 합니다. 여유를 나눠 쓰는 방식으로 바뀐 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