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23 21:09 · 팟캐스트
거주 관계 없이 1주택 공제 14억으로…稅부담도 현행 유지 가닥
당정, 종부세 재검토 선언 김민석 “비거주 1주택 세법 숙의 필요” ‘기본 공제 9억’ 정부안 보완 요청세부담 상한도 기존 150%로 솔솔 재건축 등 규제 풀어 공급도 속도내달 3일 관련법안 국회 제출 예정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서울 어딘가에 아파트 한 채를 갖고 있는데, 지금 거기 살지는 않는다고 상상해보시겠어요. 직장 때문에 다른 도시에 살고 있거나, 부모님 곁에 잠깐 머물고 있거나. 집 한 채, 그리고 거기 살지 않는다는 사실 하나. 이 두 가지가 조합되면서 세금 계산이 달라지는 이야기입니다.
지난 3일, 정부가 세법개정안을 발표했어요. 핵심 중 하나는 종합부동산세, 종부세 기본공제 한도였습니다. 실거주자, 즉 집에 직접 사는 사람은 공제 한도를 십이억 원에서 십사억 원으로 높이고요. 비거주자, 집에 살지 않는 1주택자는 반대로 십이억 원에서 구억 원으로 낮추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거주 여부에 따라 공제 한도를 달리 적용하겠다는 거였죠.
그런데 발표 이십 일 만에 당정이 이 방안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23일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고 방향을 틀기로 한 겁니다. 비거주 1주택자의 공제 한도를 다시 십이억 원으로 되돌리거나, 아예 실거주자와 동일하게 십사억 원으로 맞추는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습니다. 세 부담 상한도 이백 퍼센트로 높이려던 계획을 원래의 백오십 퍼센트로 되돌리는 쪽으로 논의가 기울고 있고요.
여기서 한 가지 묻고 싶어요. 이십 일 만에 뒤집힌 게 정책 판단 때문일까요, 아니면 숫자 때문일까요. 당 대변인이 직접 말했습니다. "지지율 하락이 부동산 민심 여파라는 것은 정치인이라면 당연히 알고 있다"고요. 서울 지역 긍정 평가가 세법 발표 이후 한 주 만에 열 퍼센트포인트 가까이 떨어졌거든요. 숫자가 먼저 움직였고, 방향이 바뀌었습니다.
반전이 있습니다. 정부가 처음 비거주 1주택자 부담을 높이려 했던 논리는 사실 단순했어요. 같은 집인데 거기 살면 봐주고, 살지 않으면 더 걷겠다. 실거주를 유도하려는 취지였죠. 그런데 민주당이 재검토를 요청하면서 내세운 논리는 달랐습니다. "거주와 비거주를 차별하지 말자"는 거였어요. 정책 방향이 바뀐 게 아니라 논리 자체가 역전된 겁니다. 처음엔 차별이 원칙이었는데, 이제는 차별이 문제가 됐으니까요.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어요. 비거주 1주택자를 떠올려보면, 이 사람들이 집에 살지 않는 이유가 다양하거든요. 직장 발령, 부모 봉양, 자녀 학교 문제. 이번 개정안에도 고등·대학 취학, 전근, 질병 치료 등의 경우엔 최장 삼 년까지 거주 기간을 인정하는 예외 조항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재검토에서는 육아나 가족 돌봄까지 예외 사유를 더 넓히는 방향도 함께 논의되고 있어요. 예외를 늘리는 게 제도를 정교하게 만드는 건지, 아니면 원칙을 흐리는 건지. 그 경계가 어디인지는 아직 불분명합니다.
이번 재검토에서 남는 질문 하나를 꺼내면 이겁니다. 부동산 세제 개편이 거듭 뒤집히는 사이, 이 세금이 원래 왜 존재하는지가 흐릿해지고 있는 건 아닐까요. 종부세는 고가 부동산 보유에 부담을 지우는 세금이었습니다. 거기에 거주 여부를 얹으면 목적이 두 개가 됩니다. 보유 억제인지, 실거주 유도인지. 이번 재검토는 그 두 목적 사이에서 어느 쪽을 선택할지 결론을 내리지 않은 채, 일단 민심을 따르기로 한 모양새입니다. 그게 좋은 결정인지 아닌지는 이 자리에서 말하기 어렵지만, 다음 개정안이 나올 때 다시 같은 질문이 돌아올 것 같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어요.
오늘 하나만 기억하신다면 이겁니다. 세금 제도가 바뀔 때, 세율보다 먼저 봐야 하는 게 '왜 이 세금이 있는가'라는 질문입니다. 그 답이 흔들리면, 숫자도 흔들립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