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24 12:11 · 팟캐스트
현직 대통령 최초 은행 설립 나서는 트럼프 일가…‘이해충돌’ 어디까지 가나
월드리버티, 신탁 인가 조건부 예비승인주요 주주인 차남 등 경영 배제 조건트럼프가 임명한 굴드, 20년만에 허가 이해관계자의 ‘뇌물’ 통로 우려까지 나와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한 남자가 서류에 서명합니다. 그 서류는 규제 당국에 제출되고, 당국의 청장은 그 남자의 아버지가 임명했습니다. 그 아버지는 현직 대통령입니다.
이게 지금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에요.
에릭 트럼프는 월드리버티파이낸셜의 공동창업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세 아들이 모두 이 회사에 관여하고 있고, 대통령 본인은 명예 공동창업자로 등재돼 있어요. 회사는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있고, 이제 여기에 은행 인가까지 받으려 하고 있습니다.
왜 은행이 필요한가.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한다는 건 결국 뒤에 실제 달러를 쌓아둬야 한다는 뜻이에요. 그 돈을 어딘가에 보관해야 하는데, 직접 은행을 갖고 있으면 비용이 줄고 사업이 커지는 구조거든요. 위기 상황에서 정부 구제금융에 접근할 길이 열릴 수도 있고요. 비즈니스 논리만 보면 이해가 가는 선택이에요. 트럼프 일가 입장에서는.
그런데 이 사안이 단순히 한 가족의 사업 결정으로 끝나지 않는 이유가 있어요.
트럼프 대통령 2기 출범 이후, 미국에서 은행 인가를 받기가 이십 년 만에 가장 쉬워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심사 기간만 봐도 과거에는 몇 달에서 몇 년씩 걸리던 게, 지금은 백이십 일 안에 답을 주고 있어요. 감독청장인 조너선 굴드는 올해 의회 증언에서 직접 "감독청은 다시 영업을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인물이에요.
구조를 놓고 보면, 대통령이 규제 기관장을 임명하고, 그 기관이 대통령 가족의 사업에 인가를 내주는 상황입니다. 비판론자들이 "뻔뻔스러운 사적 이익 편취"라고 표현한 게 그냥 정치적 수사는 아닌 거죠.
여기서 뒤집어볼 지점이 하나 있어요. 월드리버티 측이 내세우는 논리인데, 저는 이 부분이 단순히 해명으로 들리지 않았거든요. 회사는 이렇게 말해요 — 인가를 받으면 오히려 감독청의 상시 연방 감독을 받게 된다고요. 정기 검사, 자금세탁방지 요건, 소비자보호 규정. 지금보다 훨씬 많은 의무를 지게 되는 거라고. 에릭 트럼프를 포함한 투자자들은 은행 경영에 영향력을 제한하는 수동성 약정까지 맺었어요.
규제를 회피하는 게 아니라 규제 안으로 들어오겠다는 주장이에요.
맞는 말일 수도 있어요. 동시에, 그 규제 기관의 방향 자체를 백악관이 먼저 검토하는 구조라면 어떨까요.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초 행정명령으로 새 금융 규제를 공개하기 전에 백악관의 검토를 받도록 했거든요. 규제 안으로 들어오되, 그 규제의 틀을 먼저 볼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겁니다.
제가 이 대목에서 걸린 건 스테이블코인 이용자들의 문제예요. 브루킹스연구소의 연구원은 "스테이블코인이 정부 보증을 받는다는 착각을 줄 수 있다"고 했어요. 스테이블코인은 은행 예금이 아닙니다. 예금자 보호 대상이 아니에요. 그런데 은행 인가를 받은 회사가 발행한다면, 일반 이용자 입장에서 그 선이 얼마나 뚜렷하게 보일까요.
정답은 없어요. 인가 문턱이 낮아진 것 자체가 나쁜 일이냐, 이해충돌이 법적으로 위법이냐 — 지금 이 시점에서 확정할 수 있는 게 없거든요. 다만 이 상황이 불편한 이유는, 기준이 바뀐 시점과 수혜를 받는 주체가 너무 정확하게 겹친다는 거예요.
오늘 기억하실 게 하나 있다면 이겁니다. 미국 대통령 재임 중 자녀가 은행을 세우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에요. 전례가 없다는 건, 어떻게 다뤄야 할지 기준도 아직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