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25 07:18 · 팟캐스트
“우리 지역엔 안돼”…데이터센터 제동 거는 지자체들
주민 과반 동의·이격거리 제한 등제각각 규제에 산업 불확실성 커져업계 “정부가 가이드라인 만들어야”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부지를 계약했습니다. 설계도 나왔고, 착공 일정도 잡혔어요. 그런데 어느 날 구청에서 연락이 옵니다. "주민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반경 이백 미터 안에 사는 주민 절반 이상의 서명이요.
데이터센터 얘기입니다.
지금 서울에서 허가 절차를 밟은 데이터센터가 최근 오 년 사이 열여섯 곳입니다. 절반은 완공됐고, 나머지 절반은 아직 진행 중이에요. 그 진행 중인 곳들이 지금 묘한 상황에 놓여 있어요.
규제가 생겼거든요. 근데 지자체마다 달라요.
금천구는 주민 과반 동의를 요구합니다. 영등포구는 건축 심의를 의무화하자고 제안했고요. 과천시의회는 주거지와 이백에서 삼백 미터 이격을 의무화하는 조례를 추진하고 있어요. 인천시는 아예 일반주거지역 내 입지를 막고 있고요.
사업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요. 수십억, 수백억을 투자해서 땅을 샀어요. 그 시점에 적용되던 기준으로 사업을 설계했는데, 착공하고 나서 규제가 바뀌는 거예요. 심지어 이미 공사가 진행 중인 곳에도 새 기준을 적용하자는 움직임이 있다고 해요. 사용승인 전이면 강화된 기준을 적용받을 수 있다는 거죠.
잘못을 한 것도 아닌데, 뒤늦게 규칙이 바뀌는 상황입니다. 판단하기 어렵죠, 누가 맞다 틀리다고.
그런데 이게 한 사업자의 불운이 아니에요.
지금 국내 여러 지역에서 비슷한 갈등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어요. 주민들은 소음, 전자파, 경관을 걱정하고요. 사업자는 예측 불가능한 규제 앞에서 투자를 멈추거나 해외로 눈을 돌리게 돼요. 실제로 데이터센터 하나를 짓는 데는 허가부터 완공까지 몇 년이 걸리거든요. 그 기간 동안 규제가 어떻게 바뀔지 아무도 장담 못 하는 거죠.
여기서 제가 좀 걸렸던 부분이 있어요.
데이터센터라고 하면 보통 거대한 냉각 설비를 갖춘 대형 시설을 떠올리잖아요. 근데 지금 확충이 필요한 것 중에 에지 데이터센터라는 게 있어요. 오 메가와트 안팎의 작은 도심형 시설이에요. AI, 게임, 영상 같은 실시간 서비스를 빠르게 처리하려면 사용자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하는 시설이거든요.
이걸 대형 시설과 같은 잣대로 규제하면 어떻게 될까요. 현재 논의되는 기준 대부분은 크기나 용도 구분 없이 일률 적용이에요.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지자체마다 서로 다른 규제가 만들어지면 국가 인프라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했어요. 중앙정부가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
그게 없는 거예요. 지금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없으니까 지자체마다 주민 요구에 따라 각자 만드는 거예요. 그러면 어떤 지역은 들어설 수 있고, 어떤 지역은 안 되는 상황이 생기죠. 사업자는 어디에 지어야 할지 알 수 없고, 이미 지은 곳도 완전히 안심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는 거예요.
주민 입장에선 당연히 묻고 싶은 거잖아요. 내 집 옆에 뭐가 들어서는지. 그건 맞아요. 근데 그 질문에 답을 해야 하는 게 사업자 혼자서는 어렵거든요. 전국에서 같은 질문이 동시에 나오는데, 기준이 없으면 매번 협상이 돼버리는 거예요.
기억할 게 하나 있어요.
지금 이 갈등은 누가 나쁜 게 아니에요. 기준이 없는 곳에서 각자 판단하다 보니 생기는 일이에요. 주민도, 사업자도, 지자체도 각자의 논리로 움직이는데 그걸 조율할 공통 언어가 없는 거죠. 그 언어를 누가, 언제 만들 건지가 지금 남겨진 질문입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