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26 09:16 · 팟캐스트
“다른 지역 업체는 안돼”…폐기물 수거시장 빗장 풀린다 [Pick코노미]
“우리끼리 나눠먹던 시장” 깨진다공정위, 경쟁 막는 규제 6건 개선주정 직거래 2%→10%…주류업체 선택권 확대관외 폐기물업체 진입 허용…지역업체 독과점 완화우수 중소 회계법인도 대형 기업 감사 가능해져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매주 화요일 아침, 동네 골목에 폐기물 수거 차량이 옵니다. 쓰레기봉투를 내놓고 나면 그걸로 끝이죠. 그런데 그 차량이 어떤 회사 것인지, 경쟁을 통해 선정된 건지 — 신경 써본 적 있으신가요. 사실 많은 지역에서 그 차량은 오래전부터 같은 회사가 운영해왔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달 발표한 개선방안의 핵심은 여기서 시작합니다. 생활폐기물 수집과 운반 시장, 주정 유통시장, 회계감사 시장 — 세 곳에서 진입장벽을 낮추겠다는 내용입니다.
생활폐기물 이야기를 먼저 해보겠습니다. 지금 구조를 보면, 폐기물을 수거하려는 업체는 해당 시·군·구의 허가를 받아야 해요. 그 허가가 사실상 기존 업체에게만 열려 있었습니다. 다른 지역 업체가 새로 들어오려 해도 관내 업체 수 제한 같은 이유로 거절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경쟁입찰이라는 형식은 있었지만, 입찰에 나오는 업체가 늘 비슷한 몇 곳뿐이었습니다. 그러니 담합이 일어나기도 쉬운 구조였죠.
앞으로는 다른 시·군·구에서 이미 허가를 받은 업체가 영업구역을 넓히려 신청하면,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원칙적으로 허가하도록 제도를 바꿉니다. A시에서 허가를 받은 업체가 B시 입찰에도 참여할 수 있게 되는 거예요. 입찰 참여자가 늘면 경쟁이 치열해지고, 서비스 질도 올라갈 거라는 게 공정위의 기대입니다.
주정 시장도 비슷한 구조입니다. 주정은 소주의 주원료가 되는 고순도 알코올인데요. 지금은 주류 제조사가 주정 제조사에서 직접 살 수 있는 물량이 전체의 약 이 퍼센트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구십팔 퍼센트는 도매업체를 거쳐 들어오는 구조예요. 직거래가 제한되다 보니 주류 제조사가 원하는 주정 제조사를 골라 거래하기 어려웠고, 주정 제조사들 사이에서 가격이나 품질 경쟁이 잘 안 됐던 거죠. 공정위는 이 직거래 허용 물량을 이 퍼센트에서 십 퍼센트로 — 다섯 배 늘리기로 했습니다. 시행은 이천이십칠 년부터입니다.
여기서 제가 좀 걸린 지점이 있어요.
이런 개선이 발표될 때마다 드는 질문이 있는데요 — 실제로 새로운 업체들이 들어오는가, 하는 거예요. 구조를 열어줬다고 해서 바로 경쟁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폐기물 수거 시장이라면 차량과 인력, 지역 네트워크가 필요하고요. 주정 직거래 물량이 늘어도 그 경로를 실제로 쓰는 주류 제조사가 얼마나 될지는 별개의 문제거든요.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과 진입이 실제로 늘어나는 것 — 이 둘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회계감사 시장 이야기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어요. 이천이십이 년에 대형 회계법인만 감사할 수 있는 기업 기준이 자산 이 조 원 이상으로 낮아지면서, 중소·중견 회계법인이 맡을 수 있는 기업 범위가 줄었습니다. 이번 개선안은 감사품질이 우수한 중견 회계법인에 한해 한 단계 위 기업을 감사할 수 있도록 특례를 주겠다는 내용입니다. 지방 분사무소를 낼 때 필요한 공인회계사 상근 인원도 세 명 이상에서 한 명 이상으로 완화됩니다.
이 대목은 흥미롭습니다. 규제를 열어주는 동시에 품질 기준을 요건으로 달았거든요. 단순히 문을 여는 게 아니라, '잘하는 곳'에게만 더 큰 기회를 주는 방식이에요. 진입 확대와 품질 관리를 함께 묶으려는 시도인데 — 그 품질 평가가 얼마나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지는지가 이 제도의 실제 효과를 좌우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기억하실 것 하나만 골라보면 — 경쟁을 막아온 건 거창한 독점이 아니라, 작은 허가 조건 하나였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조건이 바뀐다고 해서 경쟁이 저절로 생겨나지는 않는다는 것도요. 제도가 바뀐 뒤 실제로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 — 그걸 지켜보는 것이 이번 발표만큼 중요할 것 같습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