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26 09:05 · 팟캐스트
대구 3대 건설사 태왕이앤씨도 법정관리…폐업 10곳 중 6곳은 지방 업체 [집슐랭]
[심화하는 건설업 위기]7월 누계 2530곳…전년비 25%↑악성 미분양 지방 비중 80% 넘어협력·하도급사 위험 전이 우려도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공사비를 현금으로 못 받은 협력업체 사장이 있어요. 받은 건 물건이었습니다. 그걸로 어떻게든 버텨야 했겠죠. 직원 임금도 몇 달째 밀린 현장이 있었고, 그 위에 대구 지역 3대 건설사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습니다.
태왕이앤씨 얘기입니다. 아너스라는 브랜드로 아파트 사업을 활발하게 벌여온 곳이에요. 대구에서만큼은 꽤 알려진 이름이었죠. 그런데 지난달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습니다. 결정적으로 발목을 잡은 건 미분양이었어요. 사천 쪽 복합산업단지 사업에서 분양대금을 제때 회수하지 못했고, 그 사이 금융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고 해요. 유동성이 마르자 직원 급여가 밀리기 시작했고, 협력업체에는 현금 대신 물건을 줬습니다.
이게 한 회사의 경영 실패냐고 하면, 저는 그렇게만 보기 어렵더라고요.
올해 들어 7월까지 전국에서 문을 닫은 건설사가 이천오백사십 곳입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사 분의 일 가까이 늘어난 숫자예요. 하루에 열 곳 넘게 폐업 신고를 낸 셈인데, 그중 열 곳 중 여섯 곳은 지방 업체입니다. 신동아건설, 대저건설, 삼부토건, 안강건설, 유탑건설, 범양건영, 삼일건설 — 중견 종합건설사들이 줄줄이 법정관리를 신청했어요. 태왕이앤씨는 그 흐름의 가장 최근 이름입니다.
왜 지방인가. 여기서 뒤집어봐야 할 지점이 있어요.
대구가 미분양이 많다는 건 알려진 얘기죠. 그런데 이게 대구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지금 전국에서 준공 후에도 팔리지 않는 집이 거의 삼만 가구에 가까운데, 그 중 지방 비중이 매달 팔십오 퍼센트 안팎입니다. 부산, 경남, 경북, 충남 다 비슷한 상황이에요. 분양했는데 안 팔리면 — 건설사는 공사비를 회수할 수가 없어요. 그러면 PF 대출 이자가 쌓이고, 협력업체 공사비가 밀리고, 직원 임금이 밀립니다. 태왕이앤씨의 경로는 지방 건설사라면 지금 어디서든 밟고 있는 경로예요.
더 아이러니한 건 금융이에요. 대한주택건설협회에서 이런 말을 했더라고요. 금융사들이 지방·중소 건설사에 대해서는 미분양 우려를 이유로 대출 심사를 유독 까다롭게 적용한다고요. 자금 여력이 있는 지역조차 이 문턱 때문에 사업이 멈춰선다고 했습니다. 위험하다는 이유로 자금줄을 조이면, 그게 또 위기를 만드는 거잖아요. 이 구조가 좀 걸렸어요.
정부가 아무것도 안 한 건 아닙니다. 중소 건설사를 위한 PF 특별보증은 승인액이 한도의 구십 퍼센트를 넘어설 만큼 현장 반응이 뜨거웠다고 해요. 반면 미분양 주택을 사들이는 안심환매 제도는 이천이십팔년까지 만 가구를 매입하는 게 목표인데, 지금까지 매입한 게 사백오십 가구입니다. 목표의 이십 분의 일도 안 되는 거예요.
현장은 빠르게 무너지는데, 제도는 속도를 못 따라가고 있어요. 정책이 발표되고 실제로 집행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사이, 협력업체들은 물건을 받아들고 버티고 있습니다.
오늘 기억할 것 하나만 말씀드리면 — 태왕이앤씨의 이름이 뉴스에 나온 건, 거기가 대구 3위 건설사여서입니다. 이름이 나오지 않는 이천오백 곳의 이야기가 그 뒤에 있어요.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