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26 18:12 · 팟캐스트
영풍·MBK, 고려아연 의결권 금지 가처분…임시 주총 변수로 [시그널]
최윤범 회장 등 14인 지분 5% 대상주요 차입기관 공시 누락 문제 제기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4월 14일, 공시 하나가 올라왔습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한가운데서, 최윤범 회장 측이 오천사백억 원이 넘는 돈을 빌려 백기사 지분을 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차입처는 메리츠증권. 딱 그 한 줄이었습니다.
그런데 일주일 뒤, 정정 공시가 나왔습니다. 실제로 돈을 빌려준 곳은 메리츠증권이 아니었거든요. JB우리캐피탈, 광주은행, 전북은행, 메리츠캐피탈, 메리츠화재 — 여러 금융사들이 실제 대주단이었고, 메리츠증권은 주선만 한 기관이었습니다.
최 회장 측이 처했던 상황을 한번 놓아볼게요. 올해 4월, 경영권 분쟁이 한창이었습니다. 백기사인 베인캐피탈의 지분을 빠르게 인수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그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는 복잡했습니다. 친인척 포함 열세 명의 주식을 담보로 묶고, 메리츠금융이 주선하는 형태였죠. 대주단이 여럿이고 구조가 복잡할수록, 공시에 뭘 써야 하는지를 놓고 판단이 엇갈릴 여지가 생깁니다. 최 회장 측이 왜 메리츠증권만 적었는지, 그 의도가 어디 있었는지는 지금 법원이 들여다보고 있는 부분입니다.
이 이야기가 최 회장 개인의 문제만은 아닌 이유가 있습니다. 자본시장법은 주식을 담보로 차입해 지분을 취득할 때 실제 차입처와 담보권자를 명기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 담보권자가 누구냐에 따라 주식이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는지, 경영권에 어떤 압력이 가해질 수 있는지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주주들이 표를 던질 때 알아야 할 정보거든요. 공시가 그 정보를 제대로 담지 않으면, 주주들은 불완전한 그림을 보고 판단하게 됩니다.
여기서 예상과 좀 다른 지점이 있습니다. 영풍·MBK 측이 요구하는 건 처벌이 아닙니다. 다음 달 9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최 회장과 친인척 열네 명이 보유한 지분 약 5%의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가처분입니다. 형사 책임을 묻는 게 아니라, 표결 결과를 바꾸려는 거죠. 경영권 분쟁에서 공시 위반 문제가 법정 다툼이 아니라 주총장 표 싸움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 — 저는 이 구도가 좀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마음에 걸리는 게 하나 있습니다. 이 공시는 일주일 만에 스스로 정정됐습니다. 오류였을 수도 있고, 고의였을 수도 있습니다. 그 판단은 법원이 하겠지만 — 경영권 분쟁이 한창인 상황에서, 대주단 정보가 일주일간 시장에 잘못 알려져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따지기 어렵습니다. 이미 지나간 일이니까요. 공시는 나중에 고칠 수 있는데, 그 사이에 움직인 판단들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오늘 기억할 것 하나. 공시는 사후에 고쳐질 수 있지만, 그 사이에 시장이 받은 정보는 되돌아오지 않습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