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27 00:05 · 팟캐스트
이상고온에 녹은 빙설로 홍수…마을 휩쓸자 수력발전소 짓던 한국인 8명 실종
네팔-티베트 히말라야 국경에서 홍수·산사태 19명 사망, 380여 명 실종... 마을 뒤덮여수력발전소 건설 중이던 두산에너빌·남동발전 직원 연락 두절李 “실종자 수색·구조에 총력” 정부, 합동 신속대응팀 급파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카트만두에서 북쪽으로 70킬로미터.
트리슐리 강 상류, 해발 수천 미터 현장.
그날 아침까지만 해도 공사는 평소처럼 돌아가고 있었을 겁니다.
네팔 라수와 지역에서 갑작스러운 홍수와 산사태가 덮쳤습니다. 목격자들은 물이 마을 전체를 삼켰다고 했고, 현지 방송은 자동차가 떠내려가는 장면을 내보냈습니다. 도로, 통신, 전력 — 한꺼번에 끊겼습니다.
현장에 있던 한국인 직원들이 있었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와 한국남동발전 소속으로, 이 지역에서 수력발전소를 건설 중이었습니다. 재해 당시 현장에 있던 인원 중 일부는 연락이 닿지 않고 있고, 열 명은 현장에 고립된 채 구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분들이 왜 거기 있었는지부터 짚어봐야 할 것 같아요. 어퍼트리슐리-1 수력발전소. 네팔에 이백십육 메가와트 규모의 전력을 공급하는 프로젝트입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설계부터 조달, 시공까지 맡았고, 남동발전이 건설 관리를 함께하고 있었습니다. 히말라야 산간 오지에 발전소를 짓는다는 건, 거기서 매일 현장을 지키는 사람이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네팔 군 대변인은 불어난 물이 빠질 때까지 구조 헬리콥터가 착륙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거대한 자연 앞에서 외부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지금 당장은 많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게 이번에만 있었던 일이 아니라는 게, 저는 이 대목에서 좀 걸렸어요.
지난해 8월, 같은 라수와 지역에서 똑같은 돌발 홍수가 있었습니다. 티베트의 빙하 호수가 넘쳐 아홉 명이 숨지고 주요 기반 시설이 무너졌습니다. 1년 만에, 같은 장소에서, 같은 방식으로 재해가 반복된 겁니다.
원인으로 지목된 건 이상 고온입니다. 히말라야에 쌓인 눈이 녹아 강으로 한꺼번에 쏟아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히말라야 빙하가 줄어드는 속도는 2000년 이후 두 배 이상 빨라졌습니다. 이 산맥은 아시아 이십억 명이 마시는 물의 공급원입니다. 빙하가 녹는다는 건 단순한 환경 이야기가 아닌 거죠.
뒤집어서 보면 이런 질문이 생깁니다. 수력발전은 탄소를 줄이기 위한 수단 중 하나입니다. 기후 위기 대응의 일환으로 세계 곳곳에서 추진되고 있는 사업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기후 위기가 만들어낸 홍수가, 지금 그 발전소를 짓던 사람들을 덮친 겁니다. 아이러니라고 해야 할지, 어떻게 불러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정부는 외교부와 소방청, 경찰청으로 구성된 신속대응팀을 현지에 파견하기로 했고, 이재명 대통령도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비상대책본부를 꾸리고 대표이사가 직접 현지로 향하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남는 건 이겁니다. 히말라야 오지에서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통신도 도로도 끊긴 상황에서, 밖에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사이에 우리는 어떻게 서 있어야 하는가. 이 질문을 누가 먼저 어떻게 준비했어야 했는지는, 지금 이 순간 따지기보다 나중에 천천히 들여다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한 가지만 기억한다면 이겁니다. 이번 홍수로 실종된 사람은 외국인과 네팔인을 포함해 삼백팔십여 명. 한국인 실종자의 이름이 뉴스에 오르내리는 동안, 그 숫자 안에는 다른 나라 사람들도 함께 있습니다.
실종자 가족분들께서 연락이 필요하시면 외교부 영사콜센터, 국가번호 없이 02-3210-0404로 연락하실 수 있습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