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26 18:19 · 팟캐스트
주주환원에도 주가 안올라…日이 보여준 ‘고배당 함정’
국내 상장사 상반기 배당 43조 돌파자사주 소각 금액, 최근 2년간 4배↑日NTT, 16년 연속 배당 늘렸지만 올해 주가 7%↑ 지수상승률 밑돌아실적 동반 日은행지수 4년새 5배↑POSCO·카카오도 리레이팅 실패배당 규모보다 이익이 주가 갈라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올해 초, 한 대형 철강사의 주주총회장 풍경을 상상해 보시겠어요. 회사는 단상에 서서 말합니다. "3년 계획대로 자사주 소각을 완수했습니다." 박수가 나왔죠. 그런데 주가는 그날도, 그다음 날도 올라가지 않았습니다.
국내 증시에서 지금 주주환원이 핵심 테마로 떠오르고 있거든요. 올 3월부터 개정 상법이 시행되면서 새로 사들인 자사주는 원칙적으로 1년 안에 소각해야 합니다. 오래 쌓아둔 자사주도 내년 9월까지는 처리해야 해요. 기업들 입장에서는 선택이 아니라 의무가 된 거죠. 실제로 지난해 자사주 소각액이 2년 새 네 배 넘게 불어나면서, 처음으로 취득액을 넘어섰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대목에서 자꾸 일본 이야기가 걸렸어요.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주주환원 강화에 나선 나라입니다. 그 결과가 어땠는지를 보면, 뭔가 힌트가 있거든요. 일본 최대 통신사인 NTT는 16년 연속 배당을 늘렸습니다. 꾸준히 자사주도 사들였고요. 올해도 2000억 엔 규모의 추가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죠. 그런데 올해 주가 상승률은 약 7.5퍼센트에 그쳤어요. 같은 기간 일본 시장 전체가 스무 퍼센트 넘게 올랐는데 말이죠.
반대 사례도 있어요. 일본 대형 은행들, 이른바 메가뱅크라고 부르는 곳들이죠. 이쪽은 2022년 실적이 돌아서면서 자사주 매입과 배당 확대를 동시에 발표했습니다. 이후 금리 정상화까지 맞물리면서, 일본 토픽스 은행업지수는 2022년 초 이후 다섯 배 수준으로 올라섰어요. 같은 주주환원인데, 결과가 이렇게 달랐습니다.
포스코홀딩스, 현대차, 카카오. 국내에서도 비슷한 장면들이 연달아 나왔습니다. 포스코는 3년 자사주 소각 계획을 공언하고 완수했지만, 철강 업황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주가 흐름을 되돌리지 못했죠. 현대차는 총주주환원율 확대를 선언했지만 주가 재평가로 이어지지 않았어요. 카카오는 지금 시험대에 올라 있고요. 주주환원 로드맵을 내놨는데, 인공지능 등 신사업에 돈을 쏟아붓는 게 수익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시장이 아직 차가운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여기서 뒤집어 볼 지점이 하나 있어요. 많은 분들이 주주환원을 '주가가 오르는 신호'로 읽거든요. 그런데 데이터를 보면, 환원 규모 자체보다 '그 환원을 계속 감당할 만한 이익이 나오고 있느냐'가 더 결정적입니다. SK증권이 업종별로 이익 모멘텀을 평가했는데, 통신 서비스는 환원 여력 점수는 높아도 이익 모멘텀은 낮게 나왔어요. 반도체는 반대로 배당 비율이 낮지만 이익 모멘텀은 전 업종 중 가장 높았고요. 증권, 보험도 상위권이었습니다.
결국 남는 질문은 이겁니다. 지금 이 기업이 돈을 주주에게 돌려줄 수 있는 건, 잘 벌고 있어서인가, 아니면 더 이상 쓸 곳이 없어서인가.
이 둘은 겉으로 보면 똑같이 생겼어요. 배당이 늘고, 자사주가 소각되는 건 마찬가지니까요. 그런데 그 안에 담긴 의미는 전혀 다를 수 있거든요. 한쪽은 성장의 과실을 나눠주는 거고, 다른 쪽은 성장이 멈춘 자리를 메우는 거죠. 시장은 그 차이를,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구분합니다.
오늘 하나만 기억하신다면 이걸 가져가세요. 주주환원은 기업이 나눠준다는 신호가 아니라, 왜 나눠주는지를 봐야 하는 신호입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