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26 19:19 · 팟캐스트
탈원전 獨보다 보급 빨라…계통 안정 못 따라오면 ‘과속 후유증’
■재생에너지 확충 속도전독일 재생에너지 설비 3.7배 확대전기료 치솟자 기업 줄줄이 해외로 年 1%대 잠재성장률 0.4%로 추락송전망·ESS 구축 비용 덩달아 뛰고설비 확대해도 전력수요 감당 못해원전·LNG발전으로 부족분 채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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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공장 지붕을 상상해봅시다. 창고 천장, 저수지 위, 빈 땅 할 것 없이 태양광 패널을 빼곡히 깔아놓은 풍경이요. 정부가 2040년 재생에너지 목표치를 계산할 때 전제한 그림이 바로 이겁니다.
지난달 스물여섯 일, 정부는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했습니다.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를 지금의 여섯 배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이에요. 숫자만 보면 굉장한 의지처럼 보이는데, 저는 이 계획을 보면서 한 가지 장면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독일 얘기입니다.
이천십 년, 독일은 제조업 최강국 중 하나였어요. 그 해에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이듬해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지면서 탈원전까지 더해졌죠. 그로부터 십오 년, 독일의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는 거의 네 배 가까이 커졌습니다. 에너지 전환에서만큼은 세계가 배워야 할 나라처럼 보였어요.
그런데 그 사이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졌고, 가스 가격이 폭등했습니다. 재생에너지로 빠르게 전환하는 과정에서 전기요금이 뛰었고, 에너지 비용을 감당 못 한 제조업이 흔들리기 시작했어요. 한때 연 1퍼센트 넘게 유지하던 잠재성장률이 지금은 0.4퍼센트 수준입니다. 그 속도가 지나쳤던 건지, 가스 전쟁이라는 외부 충격 탓인지는 아직도 논쟁 중이지만, 결과만 보면 선구자라던 나라가 지금은 경고 사례로 불리고 있거든요.
우리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계획은, 그 독일보다 더 빠른 속도입니다.
독일이 오십삼 기가와트에서 이백 기가와트로 늘리는 데 십오 년이 걸렸어요. 우리는 서른일곱 기가와트에서 시작해서 더 낮은 출발점, 더 높은 목표치를 향해 비슷하거나 더 짧은 시간 안에 달려가겠다는 겁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40년 목표를 이백이십 기가와트로 잡았어요.
산업계 우려가 나오는 지점은 구체적입니다. 해상풍력은 지금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이 파는 가격보다 비싸요. 태양광이 많아질수록 해가 없는 시간에는 비싼 가스발전소를 돌려야 하고, 낮에는 태양광이 너무 많이 생산돼서 원전 출력도 제어해야 합니다. 만들고 있는데 쓸 수가 없는 역설이 생기는 거죠.
전력망도 문제예요. 이전 계획, 십일 차 전기본 기준으로도 송전망 건설에 필요한 비용이 칠십이조 팔천억 원이었습니다. 이번에 설비 규모가 다시 늘었으니, 그 인프라 비용도 그만큼 더 커질 수밖에 없어요.
여기서 뒤집어보면 이상한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재생에너지를 이렇게까지 늘리는데, 원전이나 가스발전소도 결국 더 지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와요. 2040년에 필요한 총 발전설비를 계산해보면, 재생에너지로 늘어나는 실질 용량이 생각보다 훨씬 적거든요. 태양광과 풍력은 날씨에 따라 출력이 들쭉날쭉하기 때문에, 설비 용량과 실제 쓸 수 있는 전력이 다릅니다. 계산해보면 원전 네다섯 기 분량의 전력은 다른 방식으로 채워야 한다는 거예요. 석탄은 2040년까지 퇴출할 계획이니까, 결국 원전이나 가스발전소가 그 자리를 메우게 됩니다. 재생에너지를 더 많이 깔수록 다른 발전원도 함께 늘어나야 하는 구조인 셈이죠.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어요. 이게 계획의 허점인지, 아니면 현실에서 어쩔 수 없는 구조인지가 아직 불분명하거든요. 재생에너지 확대 자체가 잘못이라는 게 아닙니다. 속도의 문제,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전기요금을 감당하게 될 사람들의 문제가 계획 안에 충분히 담겨 있는지가 궁금한 거죠.
이 계획이 현실이 되는 건 2040년입니다. 그때 전기요금이 얼마가 돼 있을지, 그 비용이 산업계와 가정에 어떻게 배분될지는 아직 나와 있지 않아요. 독일을 반면교사 삼는다면, 속도보다 그 '분배의 설계'가 더 중요할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오늘 기억할 것 하나. 재생에너지 설비가 늘어나는 것과, 전기가 안정적으로 싸게 공급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