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26 01:29 · 팟캐스트
해발 4000m 소금호수서 8년…포스코 리튬 첫 흑자
■ 아르헨티나 생산현장 르포2분기 110억…장기투자 결실3·4공장 조기착공 ‘톱5’ 도약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해발 사천 미터.
인천에서 비행기를 네 번 갈아타야 닿는 곳입니다. 내려서 눈앞에 펼쳐지는 건 풀 한 포기 없는 사막이에요. 이름도 스페인어로 '죽은 남자'라는 뜻입니다. 옴브레 무에르토.
그런데 이 땅 아래, 리튬을 품은 염수가 흐르고 있거든요.
포스코홀딩스가 이곳 광권을 사들인 건 이천십팔년입니다. 결정 당시엔 뭐가 보였을까요. 아무도 손대지 않은 고원 사막. 전기차가 지금처럼 퍼지기 전이었으니, 리튬이 이만큼 주목받을지도 불확실했을 겁니다. 그래도 투자를 결정했어요. 이천팔백억 원도, 일조 원도 아니고, 지금까지 들어간 돈이 삼조 칠천억 원이 넘습니다.
수년째 적자였습니다. 공장을 짓고, 인공 연못을 파고, 현지 인프라를 깔았지만 숫자는 계속 마이너스였어요. 그 시간이 꽤 길었거든요. 진출 이후 팔 년이 지난 올해, 처음으로 영업흑자를 냈습니다. 백십억 원. 작아 보일 수 있는데, 방향이 바뀐 거잖아요. 처음으로 '+' 쪽으로 넘어온 겁니다.
이게 한 기업의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는 이유가 있어요.
리튬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입니다. 지금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넘어가는 중이잖아요. 그 전환 속도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게 바로 리튬 공급이거든요. 누가 이걸 얼마나 안정적으로 공급하느냐, 그게 앞으로 산업 지형을 가르는 변수가 됩니다. 한국 기업이 아르헨티나 고원에서 팔 년을 버텨온 이유가 거기 있는 거죠.
그런데 여기서 뒤집히는 지점이 하나 있어요.
흔히 리튬 하면 호주나 칠레를 먼저 떠올리잖아요. 그런데 포스코가 선점한 건 아르헨티나입니다. 이른바 '리튬 트라이앵글'이라 불리는 남미 세 나라 중에서도 가장 덜 알려진 쪽이었어요. 거기다 방식도 달라요. 돌에서 리튬을 캐는 광석리튬이 아니라, 지하에서 염수를 끌어올려 증발 농축하는 방식입니다. 설비가 자리 잡히는 데 오래 걸리지만, 자리 잡히고 나면 단가 경쟁력이 달라집니다. 남들이 잘 안 간 길을 골랐고, 그 길이 이제 막 열리기 시작한 거예요.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어요.
이천삼십삼년까지 연 십칠만 삼천 톤 생산 체제를 완성하겠다는 계획이 나와 있습니다. 글로벌 리튬 톱 파이브 기업으로 간다는 목표도요. 그런데 리튬 시장은 지금 가격이 많이 내려와 있는 상태입니다. 전기차 성장 속도가 예상보다 느려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요. 팔 년을 버텨서 흑자로 돌아선 건 맞는데, 앞으로 또 몇 년을 어떤 시장 환경에서 마주하게 될지는 지금으로선 아무도 모릅니다.
좋은 자원을 선점했다는 사실과, 그게 실제 이익으로 이어지는 건 별개의 이야기거든요. 사막 아래 리튬이 있다는 건 확실한데, 그게 얼마에 팔릴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오늘 기억할 게 있다면 하나입니다.
팔 년. 적자를 감수하고 고원 사막을 붙들고 있었던 시간입니다. 그 선택이 지금 숫자로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맞고 틀리고의 결론은 아직 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런 종류의 베팅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떻게 풀리는지 지켜볼 시점이 됐다는 건 분명합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