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26 23:37 · 팟캐스트
K-아라미드 3총사, AI 타고 中 공세 뚫는다
‘인장강도 철 5배’ 산업용 섬유데이터센터 광케이블 등 적용시장 회복세 발맞춰 생산 확대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공장이 절반쯤 비어 있었습니다. 기계는 있고, 사람도 있는데, 돌아가지 않는 상태요. 생산 라인을 풀가동하면 오히려 손해가 나는 상황이었습니다.
국내 파라 아라미드 업체들이 겪던 일이 딱 그랬어요. 파라 아라미드, 한 번쯤 이름은 들어보셨을 거예요. 방탄복에 들어가고, 자동차 타이어를 보강하는 소재죠. 강도가 강철보다 다섯 배 높고, 오백 도 이상의 열도 버텨냅니다. '슈퍼 섬유'라는 별명이 붙어 있을 정도예요. 그런데 이 소재를 만드는 국내 세 회사 — 코오롱인더스트리, 에이치에스효성첨단소재, 태광산업 — 이 한동안 좋지 않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유는 중국이었어요. 중국 업체들이 잇달아 시장에 들어오면서 공급이 폭발적으로 늘었거든요. 업계 관계자 말을 빌리면, 국내 기업 생산 시설이 하나일 때 중국은 예닐곱 개 수준이라고 해요. 공급이 쏟아지니 가격이 무너졌고, 고부가가치 소재라는 수식어가 무색해졌습니다. 공장이 반쯤 비어 있던 건 그래서였어요. 코오롱인더스트리 가동률이 지난해 초 오십 퍼센트 아래였다는 게 그 상황을 잘 말해줍니다.
그런데 판이 바뀌었어요. 계기는 AI 데이터센터입니다. 데이터센터 안을 채우는 건 서버만이 아니에요. 수십, 수백 킬로미터의 광케이블이 그 안을 촘촘히 잇죠. 광케이블은 유리 섬유로 만들어서 당기거나 구부리면 쉽게 끊어져요. 그걸 잡아주는 보강재가 파라 아라미드입니다. 데이터센터가 늘수록 광케이블이 늘고, 광케이블이 늘수록 파라 아라미드 수요가 함께 따라 올라가는 구조예요.
그 흐름이 수출 통계에도 나타납니다. 올해 들어 일곱 달 동안 관련 소재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열 퍼센트 가까이 늘었어요.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금 공장을 백 퍼센트 풀가동하고 있고요. 1년 반 전 절반 비어 있던 공장이 지금은 꽉 차 있는 겁니다.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어요. 이 구조가 단순히 '운 좋게 수요가 생겼다'는 얘기가 아니거든요. 파라 아라미드가 광케이블 보강재로 쓰이는 건 새로운 용도가 갑자기 생긴 게 아니에요. 원래부터 쓰이던 방식이었습니다. 달라진 건 데이터센터의 숫자였죠. 수요처 자체가 폭발적으로 커진 겁니다.
그러니까 이 회복이 얼마나 이어질지는 결국 데이터센터 확산 속도에 달려 있어요. 지금은 바람이 불고 있지만, 이 소재 업체들이 오랫동안 겪어왔던 것처럼, 바람이 방향을 바꾸면 다시 공장이 비어갈 수 있습니다. 중국 업체들이 광케이블 전용 고사양 제품 쪽으로도 들어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요. 지금 국내 세 회사가 서둘러 증설하는 것도 그 창이 얼마나 오래 열려 있을지 모른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거 아닐까요.
하나만 기억하신다면 이겁니다. 같은 소재인데, 쓰이는 곳이 어디냐에 따라 시장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 파라 아라미드는 변하지 않았어요. 그것을 필요로 하는 세계가 바뀐 겁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