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27 08:10 · 팟캐스트
적자 기업 합병에 상장사 주가 ‘우수수’ [이런국장 저런주식]
재무 부담과 주가 희석 우려SK이노베이션·가스 줄약세중장기 사업 강화 낙관론도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주가가 발표 당일에 11% 넘게 빠졌습니다. 그것도 나쁜 뉴스가 아니라 합병 결의 직후에요.
SK이노베이션이 자회사 에스케이아이이테크놀로지, 분리막 만드는 회사를 흡수합병하기로 했습니다. 분리막이라면 전기차 배터리 안에 들어가는 핵심 소재거든요. 들어보면 나쁜 그림이 아닌 것 같은데, 시장은 왜 그렇게 반응했을까요.
그 회사의 상황을 먼저 짚어볼게요. 에스케이아이이테크놀로지는 지난해 영업손실이 이천사백육십사억 원이었어요. 올 상반기에도 적자가 이어졌고요. 전기차 캐즘이라고 하죠 — 전기차 성장세가 꺾인 상황에서 분리막 수요도 같이 눌렸습니다. 언제 반등할지 불투명한 상태입니다. 이 회사를 합병한다는 건, 이 적자를 고스란히 떠안는다는 뜻이기도 해요. 재무제표에 직접 찍히니까요.
게다가 합병 과정에서 신주를 새로 찍어야 합니다.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 주주들에게 주식을 나눠줘야 하거든요. 발행 주식 총수의 약 두 점 육 퍼센트가 새로 발행됩니다. 기존 주주 입장에선 내 지분이 얇아지는 거죠. 규모가 작다고 볼 수도 있지만, 적자 자회사 합병이라는 맥락 위에 얹히면 부담이 배로 느껴지기 마련이에요.
이건 SK이노베이션만의 일이 아니에요. 같은 날 SK가스도 자회사 SK어드밴스드와의 합병을 발표했는데, 주가가 약세로 돌아섰습니다. SK어드밴스드도 지난해 천사백억 원의 영업손실을 낸 곳이에요. 석유화학 분야에서 중국의 물량 공세에 치이고 있는 상황이고요. 두 회사가 비슷한 시점에, 비슷한 구조의 결정을 내린 거죠. 우연이라기보단 지금 그룹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향이 좁아지고 있다는 신호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뒤집히는 지점이 하나 있어요. 지금까지 에스케이아이이테크놀로지가 적자를 낼 때, 그 손실의 절반 가까이는 비지배주주 몫이었어요. SK이노베이션이 전부 감당하는 구조가 아니었다는 거죠. 합병 이후엔 손익이 100% 모회사에 귀속됩니다. 적자가 날 때는 더 아프지만, 이익이 날 때는 전부 SK이노베이션 주주한테 돌아오는 거예요. IBK투자증권 분석이 이 지점을 짚었는데, 결국 관건은 합병 구조 자체가 아니라 분리막 사업이 언제 돌아서느냐는 거예요. 폴란드 공장 가동률이 오르고, 에너지저장장치 쪽에서 신규 수주가 잡히는 시점이 오면 — 그 이익이 희석 없이 다 들어오는 구조가 됩니다.
그러니까 이 합병은 배팅이에요. 좋아진다는 전제 아래 미리 구조를 바꿔두는 거죠. 그 전제가 맞으면 잘한 결정이 되고, 맞지 않으면 적자를 통째로 안고 간 결정이 됩니다.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어요. 합병 발표 직후 주가가 급락하는 건 시장이 그 전제를 믿지 않는다는 뜻이잖아요. 분리막 사업이 돌아선다는 근거가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거고요. 그렇다면 기업은 시장의 신뢰를 얻기 전에 구조부터 바꾼 건데, 그 순서에 대해선 판단이 갈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기억할 것 하나만 말할게요. 적자 자회사를 합병한다는 소식이 나쁜 것인지 좋은 것인지, 그 자체로는 정해지지 않아요. 그 사업이 언제 흑자로 돌아서느냐가 답을 씁니다. 결국 이 결정의 의미는 지금이 아니라 나중에 쓰이는 거예요.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