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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이슈, 네 가지 시선

서울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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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27 16:12 · 팟캐스트

“조사 못받겠다”…쿠팡, 공정위와 정면충돌

쿠팡, 공정위 현장조사 사상 첫 전면 거부“행정조사기본법상 사전통지 의무” 주장과거에도 자료 제출 지연 등 ‘비협조’ 논란주병기 위원장 “전례없는 일...형사고발할 것”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공정위 조사관들이 쿠팡 본사 앞에 도착했습니다. 이달 십구일, 정해진 날짜에, 정해진 절차대로 온 겁니다. 그런데 문이 열리지 않았어요. 쿠팡이 문제 삼은 건 조사 내용이 아니었어요. 조사 자체가 아니라 — 절차였습니다. "왜 칠 일 전에 미리 알리지 않았느냐"는 거죠. 행정조사기본법에는 현장조사를 할 때 원칙적으로 조사 시작 칠 일 전까지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거든요. 쿠팡은 그 조항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공정위가 이번에 들여다보려 했던 건 '가격 맞춤형 쿠폰'이라는 제도였어요. 쿠팡에서 파는 상품이 다른 온라인몰보다 비쌀 경우, 자동으로 쿠폰이 발행돼 소비자가 내는 돈을 최저가 수준으로 맞춰주는 방식이죠. 소비자 입장에선 나쁠 게 없어 보이지만 — 공정위가 궁금했던 건 그 쿠폰 비용을 납품업체에 떠넘긴 건 아닌가 하는 점이었습니다.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였어요. 쿠팡은 이달 이십일일 법원에 소송을 냈습니다. 공정위의 현장조사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거였고, 조사 집행을 멈춰달라는 신청도 함께 냈죠. 공정위는 사흘 뒤 현장에서 철수했습니다. 공정위 출범 이후 기업이 법 적용 자체를 문제 삼아 현장조사를 전면 거부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이게 단순히 쿠팡 한 회사의 선택이냐 하면 — 그렇지 않습니다. 법의 공백이 있었어요. 행정조사기본법은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가맹사업법 등 여덟 개 법률에 대해서는 사전통지 의무를 면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규모유통업법은 이 목록에 빠져 있어요. 이 법이 이천십이년에 만들어졌는데, 행정조사기본법은 이천칠년에 제정됐거든요. 목록을 업데이트하지 않은 거죠. 이천십오년에 만들어진 대리점법도 마찬가지로 예외 목록에 없습니다. 쿠팡이 파고든 건 바로 그 틈이었어요. 공정위도 할 말이 있습니다. 행정조사기본법에는 증거인멸 우려가 있을 때는 사전통지를 안 해도 된다는 예외 조항이 있거든요. 공정위는 쿠팡이 그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어요. 쿠팡 측은 이 판단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올해 초 개인정보 유출 사건 때 정부 합동조사단 조사에 협조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어요.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어요. 사전통지 예외 조항이 양쪽 다 자기에게 유리하게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이요. 공정위는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하지만, 그 판단의 기준이 어디까지인지는 지금도 불분명합니다. 반대로 쿠팡은 "절차를 안 지켰다"고 했지만, 사전통지를 받으면 실제로 증거가 사라질 가능성을 어떻게 볼 건지는 말하지 않았어요. 둘 다 자기 입장에서만 이야기하고 있는 거거든요. 공정위는 조사 거부에 대해 과태료와 형사고발을 검토한다고 밝혔습니다. 대규모유통업법상 정당한 사유 없이 현장조사를 거부하면 최대 이억 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어요. 법원의 판단과는 별개로 이 조사 거부 행위가 위반인지도 따로 따진다는 방침입니다. 결국 이 싸움은 법원에서 정리될 겁니다. 그런데 그게 끝이냐 하면 — 그렇지 않을 수 있어요. 법의 공백이 실제로 있었고, 그걸 누군가 처음 건드렸다는 사실은 판결 이후에도 남거든요. 법원이 어느 쪽 손을 들어주든, 비슷한 상황이 다음에 또 생길 수 있습니다. 다른 기업이, 다른 법률을 근거로. 오늘 기억할 것 하나를 고른다면 — 절차를 지켰냐는 질문과, 조사가 제대로 이뤄졌냐는 질문은 다르다는 겁니다. 그 두 가지가 이번에 처음으로 정면으로 부딪혔어요.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