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27 12:33 · 팟캐스트
박현주 “배당 많이 했다면 삼전닉스 생겼겠냐…더 투자해야” [마켓시그널]
■디지털엑스 임직원 만찬“주주환원 해봤자 5∼7%…美국채 사는게 나아”“자본축적 해 과감하게 투자하는 회사가 잘 돼”“부동산으로 돈버는 시대 끝내야”“외국인 리밸런싱에 증시 변동성 커져… 단일종목레버리지 영향 아냐”“알트코인은 사기…고객 자산 망가트릴 권리 없어”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한 만찬 자리였어요.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임직원들과 저녁을 먹다가 말을 꺼냈습니다. "주식 배당을 많이 한다고 주가가 떨어진다는 건 허접한 이야기"라고요.
요즘 국내 증시에서 자주 나오는 이야기가 있거든요.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주주환원을 더 적극적으로 해야 주가가 살아난다는 겁니다. 배당을 더 주고, 자사주를 더 사라는 요구죠. 그런데 박 회장은 그 방향에 정면으로 반박한 겁니다.
논리는 이렇습니다. 만약 과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번 돈을 배당으로 다 돌렸다면, 지금의 그 회사들이 존재했겠냐는 거예요. 자본을 쌓아서 과감하게 투자했기 때문에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이 된 것 아니냐고요. "주주환원을 해봤자 오 퍼센트에서 칠 퍼센트 수준인데, 그럴 바엔 미국 국채를 사는 게 낫다"는 말도 했어요. 배당 수익률로 경쟁하는 건 기업이 할 일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죠.
그리고 이건 이론에서 그친 게 아니에요. 박 회장은 자신이 관여하는 디지털엑스가 내년에 흑자를 내더라도 당분간 배당은 없다고 못 박았어요. 투자를 우선한다는 거죠. 자기 주장을 자기 회사에 바로 적용하는 겁니다.
여기서 뒤집히는 지점이 있어요. 요즘 주주환원 확대는 거의 '정답'처럼 다뤄지거든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려면 배당을 늘리고 주주를 더 챙겨야 한다는 게 정부 정책 방향이기도 하고, 투자자들의 요구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박 회장은 그 구도를 뒤집어요. 배당보다 투자, 단기 수익률보다 펀더멘털이라고요.
어느 쪽이 맞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죠. 배당을 많이 줘서 주가가 오른 기업도 있고, 투자에 집중해서 성장한 기업도 있으니까요. 제가 이 대목에서 좀 멈추게 됐던 건, 이 논쟁이 결국 누구를 위한 기업이냐는 질문과 이어지거든요. 주주를 위한 기업인가, 아니면 더 긴 시간 축에서 산업을 위한 기업인가. 그 두 가지가 항상 같은 방향을 가리키지는 않잖아요.
박 회장은 부동산 이야기도 꺼냈어요. 정부의 세제 개편으로 부동산 보유 비용이 커지면, 그 돈이 자본시장으로 넘어올 거라는 전망이에요. 부동산 과세 기준으로 수익률을 계산해보니 이천십팔년 수준으로 떨어졌고, 그렇게 되면 인식이 바뀔 거라는 거죠. 이건 미래에셋이 자산관리를 업으로 삼는 회사라는 맥락에서 읽으면 더 입체적으로 들리기도 해요.
레버리지 ETF 얘기도 나왔는데요. 국내 단일종목 레버리지 이티에프 규모는 십삼조 원이고, 외국에서 통제 안 되는 레버리지 이티에프는 사십조 원 수준이라고 했어요. 한국 증시를 카지노에 비유한 외신 보도에 대해서는 "그쪽이 다 팔고 빠진 걸 보면 억울하다"고 했어요. 변동성을 키운 주체가 누구냐는 문제 제기인 거죠.
오늘 이 자리에서 기억하실 게 하나 있다면, 배당이냐 투자냐의 논쟁이 단순히 수익률 계산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 밑에는 기업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라는 훨씬 오래된 질문이 깔려 있어요. 정답은 없어요. 다만 그 질문을 갖고 뉴스를 보면 조금 다르게 읽히죠.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