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27 22:05 · 팟캐스트
온난화에 무너져 내린 빙하호…‘재앙 시한폭탄’ 50여개 더 있다
[네팔 대홍수 이틀째 1500명 이상 피해] 160명 이상 사망, 1300명 이상 실종한국인·일본인 등 10여 명 연락 두절 빙하 호수·흙이 댐 만들었다가한꺼번에 터지면서 마을 휩쓸어규모 5.2 지진 수준 진동 발생도1년 전에도 범람…2차 홍수 위험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네팔 라수와 지역, 히말라야 산중에 있는 그 현장에서 그날 아침 갑자기 연락이 끊겼습니다.
한국남동발전과 두산에너빌리티 직원 아홉 명이 아직 소식이 없습니다. 같은 현장에 있던 열 명은 안전한 곳으로 대피했는데, 아홉 명은 그러지 못했습니다. 발전소를 짓기 위해 먼 나라 산속 현장에 간 사람들이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 것입니다. 거기서 일했을 것이고, 밥을 먹었을 것이고, 그날 아침에도 일을 시작했을 겁니다.
이번 홍수로 네팔과 중국령 티베트에서 160명 이상이 숨지고 천삼백 명 이상이 실종됐습니다. 실종자 가운데 외국인만 칠백 명이 넘습니다. 인도, 미국, 호주, 영국, 캐나다 등 스무 개가 넘는 나라 사람들이 실종자 명단에 있습니다. 일본인 관광객 다섯 명도 연락이 닿지 않습니다.
왜 이렇게 외국인 피해가 컸을까요. 이 지역은 카트만두와 라싸를 잇는 산악 통로이자 힌두교와 불교 신자들이 찾는 순례 길목이었습니다. 카일라스와 마나사로바르, 이름만 들어도 긴 여정을 상상하게 하는 성지들입니다. 순례를 위해, 혹은 그 산을 오르기 위해 전 세계에서 온 사람들이 그 길에 있었던 겁니다.
재미있는 건 이 재앙의 시작이 지진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처음에 규모 4.4 지진이 발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추가 분석 뒤에 정정했습니다. 지진이 없었다고요. 거대한 빙하와 암석이 무너지면서 지진과 똑같이 생긴 신호를 만들어낸 거였습니다. 얼음덩어리가 무너지는데 지진이 난 것처럼 땅이 흔들렸다는 겁니다.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어요. 우리가 감지하는 신호가 반드시 그 원인을 알려주지는 않는다는 것이요. 흔들림을 느꼈는데 지진이 아니었고, 대신 빙하가 무너진 거였습니다. 그 차이가 대응 방식을 완전히 바꿀 수 있거든요.
전문가들은 이번 참사의 뿌리를 수십 년간의 온난화에서 찾습니다. 히말라야 빙하가 녹으면서 흙과 자갈이 섞이고, 다시 얼어도 단단하게 굳지 못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약해진 빙하가 계곡 상류에 호수를 만들고, 물이 불어나면서 터진 겁니다. 한 번의 사건이 아니라 긴 시간 동안 쌓인 변화가 한 순간에 쏟아진 거죠.
그리고 지금도 상류에는 물길을 막고 있는 호수들이 수백 개 남아 있다고 합니다. 중국 쪽 티베트 지역에도 물이 막혀 형성된 호수가 아직 있습니다. 구조 작업이 한창인 지금, 2차 홍수 경고가 동시에 나오고 있는 겁니다.
마음에 걸리는 건 이겁니다. 2020년에 이미 위험 빙하호수 마흔일곱 개를 분류해 놨고, 지난해 8월에도 같은 지역에서 빙하호가 범람해 아홉 명이 숨졌습니다. 알고 있었습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곳이라는 걸요. 그런데 사람들은 여전히 그 길을 걷고 있었고, 그 옆에서 발전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위험을 알고 있다는 것과 위험에서 물러나는 것은 다른 문제인 거겠죠.
오늘 기억할 것은 하나입니다. 이번 재해는 예보 없이 찾아온 자연재해가 아니었습니다. 수십 년의 온난화가 만들어낸 예고된 붕괴였고, 비슷한 조건의 호수가 지금도 수백 개 남아 있습니다.
현재 네팔에 체류 중이시거나 가족이 있으신 분들은 외교부 영사콜센터 0404로 연락하실 수 있습니다. 24시간 운영합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