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27 08:23 · 팟캐스트
‘특허 절벽’ 앞둔 SK바이오팜, 1.1조 들여 차세대 뇌전증약 확보
■ 후보물질 ‘오파칼림’ 독점 계약…해외 도입 역대 최대 규모세노바메이트 2032년 특허 만료오파칼림 2029년 美 출시로 대응후기 임상 자산으로 제품군 확대기존 직판망 활용 판매시너지 기대이동훈 사장 “블록버스터로 육성”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올해 말, 한 임상시험의 첫 번째 결과가 나옵니다. 성공하면 이르면 2029년 미국 시장에 신약이 출시되고, 실패하면 오천오백억 원이 넘는 돈이 그냥 사라집니다.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이거든요.
SK바이오팜이 아일랜드 바이오헤이븐과 계약을 맺었습니다. 뇌전증 신약 후보물질 '오파칼림'을 최대 약 일조 천억 원에 들여오는 거예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해외 신약을 도입한 것 중 역대 가장 큰 규모입니다.
그런데 이 결정을 이해하려면, 회사가 지금 어떤 자리에 서 있는지를 먼저 봐야 해요.
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라는 뇌전증 신약을 자체 개발해서 미국에서 직접 팔고 있는 회사입니다. 국내 제약사가 신약을 개발하고, 기술 수출도 아니고 미국 시장에서 직접 영업하는 건 드문 일이에요. 그 회사가 지금 하나의 숫자를 보고 있습니다. 2032년 10월. 세노바메이트의 미국 핵심 물질특허가 만료되는 시점이죠.
후속 특허가 2039년까지 남아 있긴 합니다. 그런데 인도 제네릭 업체들이 이미 특허 만료 전 조기 진입을 시도하고 있어요. 특허 분쟁도 진행 중이고요. 주력 제품 하나에 기대고 있는 구조에서, 그 제품의 수명이 줄어들고 있다는 신호를 계속 받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이 계약을 봐야 합니다.
오파칼림이 목표대로 2029년 출시되면, 물질특허 만료 약 삼 년 전부터 새로운 매출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SK바이오팜은 미국에 이미 백오십 명 이상의 영업 인력과 주요 뇌전증 센터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어요. 새 신약이 생기면 같은 조직이 두 제품을 함께 팝니다. 인프라를 새로 짤 필요가 없는 거죠.
세노바메이트와 오파칼림이 서로 다른 강점을 갖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세노바메이트가 중증 환자에서 약효로 경쟁력을 가졌다면, 오파칼림은 안전성과 내약성이 강점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합니다. 둘을 함께 쓰는 병용 가능성도 검토 중이라고요.
그런데 저는 이 대목에서 좀 멈칫했습니다.
이 계약에서 반환 의무 없는 계약금만 오천오백억 원이 넘어요. 임상이 실패해도 돌려받지 못합니다. 오파칼림은 현재 임상 이삼상이 진행 중이고, 올해 말 첫 번째 주요 결과가 나올 예정입니다. 신약 후기 임상은 통과 확률이 높다고는 하지만, 충분히 실패하기도 합니다. 그 리스크를 감수하고 지금 이 시점에 계약을 맺은 거예요.
왜 결과를 보고 나서 계약하지 않았을까. 결과가 좋으면 가격이 오를 테니까요. 지금 이 불확실한 시점에 계약하는 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겁니다. 합리적인 선택이지만, 그 판단이 맞는지는 올해 말에야 알 수 있어요.
그리고 한 가지 더. 이번 계약에는 오파칼림만 들어온 게 아닙니다. Kv7 디스커버리 플랫폼, 즉 같은 기전으로 후속 신약을 계속 발굴할 수 있는 기반까지 함께 가져왔어요. 제품 하나를 사온 게 아니라, 그 제품을 만들어낸 연구 플랫폼 자체를 확보한 거죠.
마음에 걸리는 건 이겁니다. 이 회사는 지금 한 번의 임상 결과에 굉장히 많은 걸 걸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오천오백억 원이지만, 그보다 더 큰 건 이 전략 자체의 방향이에요. 멀티 제품을 미국에서 직접 파는 회사, 두 개의 블록버스터를 직판하는 회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공개적으로 선언했습니다. 그 선언이 현실이 되려면, 올해 말 그 데이터가 좋아야 합니다.
기억할 게 하나라면 이겁니다. 이 계약은 신약 하나를 들여온 게 아니에요. 2032년이라는 날짜를 앞에 두고, 그 이후를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에 대한 선택입니다. 그 선택이 맞는지 틀렸는지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