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27 08:37 · 팟캐스트
‘회장님’이 직접 챙긴 문화예술…유통가, ‘머무는 공간’ 만든다
롯데, 서머클래식 콘서트 개최…행사 정례화신세계, ‘프리즈 서울’ 헤드라인 파트너 참여리테일에 문화예술 접목…차별화 경험 제시“브랜드 이미지 제고 전략…투자 이어질 듯”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주말 저녁, 잠실 롯데월드타워 앞 광장에 사천오백 명이 모였습니다. 입장권은 없었습니다.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시작했고, 사람들은 그냥 앉아서 들었습니다.
이 공연을 처음 제안한 사람은 롯데그룹 회장이었다고 합니다. 신동빈 회장은 기획 단계에서 "롯데월드타워가 지닌 가치를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 돼야 한다"는 말을 했다고 전해지거든요. 그 말이 실제로 광장 위의 클래식 콘서트로 이어진 거죠.
그런데 이게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에요. 신 회장은 십 년 전, 롯데문화재단을 세울 때 사재 백억 원을 냈고, 이듬해에는 클래식 전용 공연장을 직접 열었습니다. 올해 이 여름 콘서트는 그 흐름의 연장선에 있는 거예요.
신세계 쪽도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다음 달 코엑스에서 열리는 프리즈 서울에 그룹이 헤드라인 파트너로 들어가는 협의를 직접 주도했다고 알려졌어요. 프리즈는 런던, 뉴욕,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 최상급 아트페어 중 하나거든요. 그 안에 신세계 전용 라운지를 마련하고, 프랑스 작가 폴 콕스의 연작 삼백삼십육 점을 세계 최초로 공개합니다. 앞으로 다섯 해 동안 이 파트너십을 이어간다는 계획이에요.
현대백화점은 방향이 좀 다릅니다. 뱅크시 전시를 더현대 서울 안에서 진행하고 있고, 국내 최대 아트페어 키아프 서울에는 올해까지 다섯 해 연속 공식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어요. 공예 작가 두 명의 작품을 VIP 라운지에서 선보이는 방식이고요.
여기서 한 가지 숫자를 이야기하고 싶어요. 현대백화점그룹이 올해 초 더현대 서울의 고객 동선을 분석했더니, 실내 녹색 공원 '사운즈 포레스트'에서 고객이 머문 시간이 평균 삼십칠 분이었다고 해요. 같은 건물 안 패션 매장의 평균이 사 분이니까, 약 아홉 배 차이가 나는 거거든요. 이 숫자가 유통 기업들이 문화공간에 공을 들이는 이유를 꽤 직접적으로 보여줍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좀 멈추게 됐어요. 오래 머무는 것 자체가 목적이냐, 아니면 오래 머물고 싶어지는 공간이 먼저냐 — 이 순서가 실제로는 중요할 수 있거든요. 클래식 콘서트를 무료로 열고, 세계적인 아트페어 안에 공간을 만드는 게, 진심으로 문화를 지지하는 행위인지, 아니면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한 정교한 설계인지 — 이 둘을 딱 구분하는 게 사실 쉽지 않아요.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과거에는 단순 후원이었다면, 이제는 기업이 직접 콘텐츠를 기획하고 전개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고요. 그 말은 맞아요. 실제로 변하고 있고, 규모도 커지고 있어요. 그런데 기업이 콘텐츠를 직접 기획한다는 게, 문화예술 생태계 입장에서 어떻게 작동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오늘 기억할 것 하나. 쇼핑몰 안에 머무는 시간이 아홉 배 늘어나는 공간 — 그게 지금 유통 기업들이 만들려는 것입니다. 그 공간이 진짜 문화공간이 되는지, 아니면 체류를 유도하는 장치가 되는지는, 결국 그 안에 어떤 것이 담기느냐에 달려 있을 거예요.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