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28 08:17 · 팟캐스트
난공불락 췌장암…40년 만에 ‘표적치료’ 길 열렸다
■‘RAS 치료제’ 美FDA 첫 승인1980년대 발견 이후 성과 못내던범RAS 억제 치료제 ‘라손큐’ 허가임상 3상서 생존기간 2배로 늘어국내선 한미약품 흑색종 임상 2상유한양행도 하반기 임상진입 목표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췌장암 진단을 받은 환자가 1차 치료를 마쳤습니다. 그런데 암이 멈추지 않았어요. 다음 선택지가 거의 없는 상황. 그게 지금까지 전이성 췌장암 환자들이 마주해온 현실이었습니다.
미국 식품의약국, 에프디에이가 지난 26일 레볼루션 메디슨의 췌장암 치료제 '라손큐'를 허가했습니다. 1차 치료 이후에도 암이 진행된 전이성 췌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치료제예요. 그런데 이번 허가가 단순한 신약 하나의 이야기가 아닌 이유가 있습니다.
라손큐는 범RAS 억제제입니다. 팬-RAS라고도 읽어요. RAS는 세포 증식을 조절하는 일종의 스위치 같은 단백질인데, 이게 변이를 일으키면 세포가 멈추지 않고 계속 늘어나면서 암이 됩니다. 문제는 이 RAS가 약물이 붙을 자리를 찾기 어려운 구조라는 거예요. 표면이 매끄럽고 작아서, 40년 가까이 '난공불락'이라는 말이 따라붙던 표적이었습니다. 그래서 기존에는 특정 변이 하나만 겨냥하는 방식에 머물러 있었어요. 이번에 처음으로 다양한 변이를 동시에 막는 치료제가 허가를 받은 겁니다.
레볼루션 메디슨은 이 문제를 독특한 방식으로 풀었어요. 치료제 안에 있는 성분이 체내에서 '사이클로필린 에이'라는 단백질과 먼저 결합한 다음, 그 복합체가 활성화된 RAS를 물리적으로 막아버리는 구조입니다. 약물 혼자 붙는 게 아니라, 다른 단백질을 끌어다 차단막을 세우는 방식이에요. 췌장암 환자 약 오백 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삼상에서 표준 화학요법과 비교했을 때 전체 생존기간이 6.5개월 늘었습니다. 이 결과가 올해 미국 임상종양학회에서 발표됐을 때 기립박수가 나왔다고 합니다.
이게 한 회사의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RAS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거든요. 한미약품은 RAF 결합 구조를 억제하는 벨바라페닙으로 흑색종 임상을 이어가고 있고, 유한양행은 2024년 총 이천팔십억 원 규모로 기술을 도입한 SOS1 억제제 개발을 준비 중입니다. SOS1은 신호전달 경로에서 RAS 바로 윗단계에 있는 단백질이에요. 암세포가 다른 길을 돌아서 RAS를 다시 켜는 내성 문제를 막으려는 접근입니다. 암젠, 로슈, 릴리 같은 글로벌 빅파마들도 각자 방식으로 RAS 변이를 겨냥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고요.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어요. 범용으로 RAS를 억제한다는 건, 변이된 RAS만 아니라 정상적인 RAS까지 건드릴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세포 증식 조절 스위치를 폭넓게 끄는 거니까, 부작용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이야기예요. 업계에서도 이 지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효능이 입증됐다고 해서 경쟁이 끝난 게 아닌 거죠.
그러니까 오늘 기억할 것은 이겁니다. 40년간 뚫리지 않던 표적이 처음으로 뚫렸다. 다만 이게 끝이 아니라 시작이에요. 부작용, 내성, 병용 전략. 이 세 가지가 앞으로 이 분야의 경쟁을 가를 겁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