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28 22:19 · 팟캐스트
[단독] 강간미수가 상해로…이의 없었으면 묻힐 사건 올해만 480건
■커지는 警 암장·부실수사 우려불송치 뒤 검찰 기소 5년새 2배 ↑피해자 이의신청 올해 6만건 전망특수강간미수도 단순 상해로 치부보완수사권 폐지땐 실체규명 난항“보여주기식 내부통제 강화론 한계”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부산에 사는 한 여성이 전세 계약을 맺었습니다. 일억 원을 건넸고, 그게 마지막이었습니다. 경찰에 고소했지만 돌아온 답은 "민사 문제"였습니다. 3년이 지나서야 그 집의 실질적 소유자가 따로 있었다는 게 밝혀졌고, 사건은 기소로 마무리됐습니다.
그분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선택지가 많지 않았어요. 경찰이 "범죄가 아니다"라고 결론 내린 사건을 혼자 뒤집기란 쉽지 않습니다. 다른 피해자들을 수소문해서 연결하고, 이의신청이라는 절차를 찾아내서 밟는 것 — 그 과정 자체가 또 다른 싸움이거든요. 그렇게 하지 않은 피해자들이 있다면, 이해가 가시죠.
이게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대검찰청 집계를 보면,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을 피해자가 이의신청해서 검찰 단계에서 기소까지 간 경우가 지난해에만 천백삼십 건이었습니다. 2021년엔 오백 건 남짓이었는데, 4년 만에 두 배가 넘게 늘었어요. 이의신청 건수 자체도 같은 기간에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피해자들이 더 용감해진 걸까요, 아니면 뒤집혀야 하는 판단이 그만큼 많이 나오고 있는 걸까요.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어요. 통계 안에는 서울북부지검이 기소한 사건도 포함돼 있습니다. 식칼과 가위로 피해자를 협박한 혐의 — 경찰은 단순 상해로만 송치했는데, 검찰이 피해자에게 이의신청 절차를 안내하고 다시 들여다보면서 강간 미수 혐의가 드러났습니다. 처음부터 제대로 수사됐더라면 피해자는 그 설명을 두 번 할 필요가 없었을 겁니다.
문제는 앞으로입니다. 올해 10월, 검사의 보완수사권이 폐지됩니다. 지금까지는 검찰이 수사가 미진하다고 판단하면 직접 계좌를 추적하거나 관계자를 조사할 수 있었어요. 그게 없어지면, 경찰로 사건을 돌려보낼 수만 있게 됩니다. 이미 한 번 "범죄 아님"으로 결론 내린 곳에 "다시 봐달라"고 요청하는 구조가 되는 거죠. 법조계에서는 이 지점이 걸린다고 합니다. 요구는 할 수 있는데, 그 판단을 바꾸게 만들 힘은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게다가 이의신청 기간도 통보 후 3개월로 제한됩니다. 피해자가 그 제도를 알고, 그 안에 움직일 수 있어야 합니다.
마음에 남는 건 이겁니다. 지금 통계상 기소로 뒤집힌 사건들은 — 이의신청을 한 피해자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어요. 이의신청을 하지 않았거나, 못 했거나, 아예 몰랐던 경우는 집계에 잡히지 않습니다. 뒤집히지 않은 채 조용히 끝난 사건이 얼마나 되는지, 그건 아무도 모릅니다.
오늘 기억할 것 하나라면 이겁니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은 마지막이 아닙니다. 이의신청 제도가 있고, 지금은 검찰이 다시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창이 더 좁아지기 전에, 본인이나 주변에 그런 상황에 있는 분이 계신다면 불송치 통보를 받은 날짜를 꼭 확인해 두시길 권합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