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28 15:33 · 팟캐스트
[단독] 삼성, HBM4 이어 엔비디아 ‘NVHBM’ 선점
엔비디아측 요청에 HBM4E 8단 개발적층 높이 33% 낮추고, 속도 22% 높여메모리 3사 대응 속 삼성 ‘턴키’ 능력 부각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엔비디아 GPU 수백 개가 하나로 묶여 동시에 돌아가는 장면을 상상해봅시다. 그 안에서 메모리는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요. 더 많이 담는 것보다, 더 빠르게 전달하는 쪽이 나을 수도 있다는 판단 — 엔비디아가 그 방향으로 틀었습니다.
HBM, 고대역폭 메모리라고 불리는 이 칩은 지금까지 한 방향으로 진화해왔어요. 더 높이 쌓는 것. 4단에서 8단, 12단, 16단으로 올라가면서 용량을 늘렸죠. 그 과정에서 D램 다이를 종이처럼 얇게 깎고, 미크론 단위로 쌓아 올려야 했어요. 얼마나 정밀하게 쌓느냐가 곧 경쟁력이었습니다.
그런데 엔비디아가 들고 온 요구사항은 반대였어요. 더 높이 쌓지 말고, 8단으로 낮추되 속도를 높여달라는 겁니다. 삼성전자가 처음 내놓은 샘플은 초당 십사점사 기가비트였는데, 엔비디아가 제시한 목표는 십칠에서 십팔 기가비트 수준이에요. 스무 퍼센트 가까이 더 빠른 속도입니다.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요. 층수를 낮추면 제조 부담이 줄어요. 수율도 올라가고, 같은 시간에 더 많이 만들 수 있게 됩니다. 메모리가 AI 칩의 병목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고층 쌓기보다 빠른 공급이 먼저라는 판단이죠. 내년 출시 예정인 차세대 GPU '루빈 울트라'에는 GPU끼리 연결하는 통로가 기존보다 여덟 배 넓어집니다. 칩 하나에 메모리를 가득 채우는 대신, 빠른 칩 수백 개를 엮어 전체 성능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입니다.
여기서 예상과 다른 지점이 하나 있어요. 이 경쟁에서 앞선 곳은 SK하이닉스였거든요. 고적층 HBM에서는 줄곧 선두였으니까요. 그런데 엔비디아가 속도와 공급 안정성 쪽으로 방향을 바꾸자 판세가 달라졌습니다. 삼성은 메모리 설계뿐 아니라 베이스다이라고 불리는 로직 반도체까지 직접 만들 수 있거든요. 엔비디아가 원하는 맞춤형 구조를 한 곳에서 모두 해결할 수 있다는 거예요. 업계에서는 삼성이 HBM 속도 경쟁에서 이미 업계 최고 수준을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좀 멈추게 됐어요. 기술 경쟁의 룰 자체가 바뀐 거잖아요. 누가 더 높이 쌓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빠르게 맞춰주느냐로요. 그 기준이 바뀌는 순간, 선두였던 곳이 뒤처지고 뒤에 있던 곳이 앞으로 나올 수 있어요. 이게 삼성만의 이야기가 아닌 이유입니다. AI 인프라 전체의 구조가 바뀌는 신호일 수 있으니까요.
한 가지만 남긴다면 — 쌓는 경쟁이 끝나고 잇는 경쟁이 시작됐다는 겁니다. 얼마나 담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빠르게 연결하느냐. 그 방향이 AI 메모리 시장의 다음 판을 가를 것 같아요.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