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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이슈, 네 가지 시선

서울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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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28 07:14 · 팟캐스트

물건보다 경험을 산다…호모 엑스페리엔스

1000명 모집 쇼핑몰 러닝대회 10분만에 마감작년 공연 판매·해외여행객 역대 최대재화 소비 줄이고 경험에 지갑 열어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오픈도 안 한 쇼핑몰 안을 달리는 겁니다. 에스컬레이터 옆을, 아직 상품이 없는 매장 앞을. 이달 말 스타필드 수원에서 열리는 러닝 대회 얘기예요. 천 명 모집에 열 달 걸릴 줄 알았는데, 신청 열자마자 십 분 만에 마감됐거든요. 신세계프라퍼티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했을 정도니까요. 그런데 저는 이걸 보면서 좀 다른 데가 걸렸어요. 왜 쇼핑몰을 달리고 싶었을까. 러닝 코스는 이미 넘쳐나잖아요. 공원도 있고, 한강도 있고. 그런데 사람들이 굳이 스타필드 안을 달리겠다고 십 분 안에 몰린 거잖아요. 아마 이런 것 같아요. 평소엔 거기서 뭔가를 사러 가는 사람이 되는데, 그날 하루는 달리러 가는 사람이 되는 거잖아요. 같은 공간인데 내가 거기 있는 이유가 달라지는 거죠. 그게 신선했던 거 아닐까요. 이게 한 번의 이벤트로 끝날 이야기는 아니에요. 지난해 국내 공연 티켓 판매액이 역대 최대를 찍었고, 해외여행을 떠난 사람도 사상 최다였거든요. 경기가 좋아서가 아니에요. 오히려 일반 소비는 줄이면서 경험에는 지갑을 열고 있다는 거죠.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김용섭 소장은 이걸 이렇게 표현했어요. "귀하고 비싼 물건보다 특별한 경험을 자랑할 수 있는 시대가 보편화되고 있다"고요. '호모 엑스페리엔스', 그러니까 경험하는 인간이라고 부르더라고요. 그런데 여기서 뒤집히는 지점이 하나 있어요. 경험경제라고 하면 보통 여행이나 공연 같은 걸 떠올리잖아요. 그런데 이번 러닝 대회는 쇼핑몰 안에서 달리는 거예요. 소비 공간 자체를 경험의 무대로 바꾼 거죠. 파는 곳이 파는 걸 잠깐 내려놓고, 달리는 곳이 된 거잖아요. 소비자는 이제 물건을 사는 과정 전체를 소비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도 나왔거든요. 결제 버튼을 누르는 것만이 소비가 아니라는 거죠. 그래서 저는 이게 좀 마음에 걸려요. 경험을 파는 것도 결국은 파는 거잖아요. 텅 빈 쇼핑몰에서 달리는 경험은 감동적이지만, 그 감동이 나중에 그 쇼핑몰에 다시 오게 만들기도 하죠. 경험과 소비 사이의 경계가 점점 흐릿해지는 건데, 그게 좋은 건지 아닌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하나만 남긴다면 이거예요. 지금 사람들은 무언가를 갖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언가가 되기 위해 돈을 쓰고 있다는 것. 쇼핑몰에서 러너가 되는 것처럼요.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