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LENS

같은 이슈, 네 가지 시선

서울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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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28 15:47 · 팟캐스트

쇼핑몰서 10km 러닝, 백화점서 방탈출…경험경제, 소비공식 바꾼다

오감 쇼핑하는 ‘호모 엑스페리엔스’이색 경험 좇는 디지털 네이티브 탄생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주말 오전, 동대문종합시장 오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앞에 줄이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안전 요원이 세 명이나 서서 입장을 통제하고 있어요. 백화점 명품 매장 앞에서나 보던 풍경인데, 여기선 키링이랑 팔찌 재료를 팔거든요. 안에 들어가면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가족 단위, 친구들, 연인, 외국인 관광객까지. LED 키보드 키링 베이스 하나에 삼천 원, 키캡 한 개에 이삼백 원. 서점에서 이만 원짜리로 팔리는 키링을 오천 원에 직접 만들 수 있는 거죠. 이날 한 연인이 한참을 고르고 조립하더니 십만 이천 원을 결제했다고 해요. 이 시장이 특이한 건 '만들다 그냥 가도 괜찮다'는 점이에요. 한 점주가 그랬다고 하더라고요. "만들어보다 가는 손님도 있지만, 그런 즐거움을 위해 오는 것이니 괜찮다"고. 뭔가를 팔기 위해 구경을 허용하는 게 아니라, 구경하고 만져보는 것 자체를 처음부터 서비스로 여기는 거잖아요. 이게 단순히 이 시장 하나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서울시 생활인구 데이터를 보면 동대문 일대 이십대 방문객이 일 년 사이 절반 이상 늘었어요. 반면 사십에서 육십대는 오히려 줄었고요. 누가 오고 있는지가 바뀌고 있는 거죠. 이런 흐름을 경험경제라고 부릅니다. 물건을 사는 과정 자체가 독립된 가치가 된다는 얘기예요. 이 개념이 처음 나온 게 천구백구십구년인데, SNS가 일상이 된 지금 훨씬 강하게 작동하고 있어요. 영국 바클레이스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의 십 명 중 여섯 명 이상이 산 물건보다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더 좋아한다고 답했어요. 물건이 아니라, 그 물건을 고르던 기억을 SNS에 올리는 거죠. 뒤집어 생각해볼 지점이 하나 있어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일수록 아날로그 경험을 더 찾는다는 거예요.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이 있던 세대가 왜 굳이 직접 가서 만지고 골라야 할까요. 연구자들은 그래서라고 봐요. 온라인으로 다 해결할 수 있으니까, 오히려 몸을 쓰는 경험이 이색적으로 다가오는 거라고. 팝업스토어 전문업체 스위트스팟 자료를 보면 올 상반기 국내 팝업스토어 방문객의 칠십 퍼센트 이상이 이십대였어요.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어요. 스타필드 수원이 오픈 전 텅 빈 쇼핑몰에서 러닝 대회를 열겠다고 했더니, 천 명 모집에 열 분 만에 마감됐거든요. 한 달 모집할 계획이었다는데. 빈 건물을 달리는 것 자체가 콘텐츠가 됐다는 게, 이게 소비인지 놀이인지 경계가 흐릿해진 느낌이에요. 기업들도 이미 알고 있습니다. 에르메스, 벤츠, 농심 신라면까지 — 오래된 브랜드들이 팝업과 체험 공간을 여는 건, 지금 세대한테 처음 소개받는 기회라고 보기 때문이에요. 이미 알려진 브랜드도 경험으로 다시 한번 각인시켜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 저는 이게 소비자한테 어떤 의미인지가 궁금해요. 경험을 사는 건데, 그 경험은 SNS에 공유될 때 완성되는 걸까요. 즐거움이 먼저인지, 공유할 거리가 먼저인지. 어느 쪽이 진짜 내 욕구인지, 사실 구분하기 쉽지 않잖아요. 오늘 기억할 것 하나. 물건을 사는 시대에서, 사는 과정을 사는 시대로 넘어왔다는 것. 그리고 그 경험을 설계하는 쪽과 소비하는 쪽 사이에, 우리가 놓친 감각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