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28 19:15 · 팟캐스트
실트론 지분 터는 최태원 회장, 독자 협상단 꾸린다 [시그널]
崔 보유 29.4% 거래 앞두고로펌 등 자문사와 물밑 접촉사익편취·배임 소지 원천차단지분 가치·노소영訴 등 관건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계약서에 서명이 됐는데, 협상이 다시 시작됩니다.
SK가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 SK실트론 지분 70% 남짓을 두산에 넘기기로 했습니다. 이조 삼천억 원 규모의 거래입니다. 그런데 이 회사 지분의 나머지 약 삼 분의 일은 SK 것이 아닙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개인이 보유 중입니다. 그 지분이 이번 거래에서 빠졌습니다. 그래서 지금, 또 다른 협상이 따로 열리려 하고 있습니다.
최 회장 측은 잔여 지분 매각을 전담할 협상단을 꾸리고 있습니다. 국내 대형 로펌을 자문사로 선임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SK와는 완전히 분리된 라인입니다. SK는 이 협상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이미 밝혔습니다.
왜 따로 할까요. 여기서 잠깐 상황을 좀 짚어볼게요.
최 회장이 보유한 지분은 총수익스와프, 이른바 티아르에스(TRS) 방식으로 구조화돼 있습니다. 가격 협상은 물론이고 이 구조를 풀어내는 것 자체가 고난도 작업입니다. 세금 문제도 따라옵니다. 매수인이 요구하는 진술과 보장 조항도 있고요. 금액 규모로 보면 이번 거래에서 인정된 기업가치를 그대로 적용하면 약 구천육백억 원 수준입니다. 간단한 거래가 아닌 거죠.
그런데 핵심은 금액보다 '누가 협상하느냐'에 있습니다.
만약 SK가 이 협상에 함께 들어간다면 어떻게 보일까요. 법인이 총수 개인의 자산을 현금화하는 걸 도와주는 그림이 됩니다. 사익편취나 배임 논란으로 번질 수 있습니다. 상장사인 SK의 주주들도 가만히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선을 그은 겁니다.
이게 처음 있는 고민은 아닙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수년 전 SK가 LG실트론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최 회장이 지분을 취득하도록 했다는 이유로 문제를 삼은 적이 있거든요. 과징금까지 부과됐습니다. 대법원에서 결국 최 회장과 SK 측이 이겼지만, 그 소송이 남긴 학습효과가 이번 분리 협상의 기조를 강화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여기서 예상과 다른 지점이 하나 있습니다.
분리 협상이니까 최 회장 측에 유리할 것 같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더 까다로운 상황에 놓일 수 있습니다. 경영권이 포함된 SK 지분의 단가를 소수지분인 최 회장 지분에 그대로 적용하는 게 맞냐는 지적이 벌써 나오거든요. 경영권 프리미엄은 지배 지분에 붙는 거니까요. 더 높은 가격을 요구하면 논란이 되고, 낮은 가격을 받으면 최 회장 측이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이 사이에서 줄을 타야 합니다.
거기에 변수가 하나 더 있습니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재산분할 소송 결과입니다. 이 지분이 소송 결과와 연결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협상 타이밍 자체가 본거래 진행 상황뿐 아니라 소송 결과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어요.
'누가 협상하느냐'를 분리함으로써 논란을 막겠다는 의도는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그 분리 자체가 또 하나의 신호가 되기도 하거든요. 법적으로 깨끗하게 가겠다는 의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 거래가 얼마나 많은 시선을 의식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구조가 복잡할수록 그 복잡함이 만들어진 이유를 들여다보게 됩니다.
오늘 기억할 것 하나를 꼽는다면 이겁니다.
같은 회사 지분인데, SK가 파는 것과 회장이 파는 것은 다른 협상입니다. 법적으로도, 구조적으로도, 시선으로도요.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