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28 15:11 · 팟캐스트
영풍·MBK “고려아연 측 펀드, 회장 일가와 투자 기업 왜 겹치나” [시그널]
투자 대상·시기 중복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2020년 5월. 한 회사의 전환사채가 발행됐습니다. 개인 한 명이 그걸 샀어요. 그로부터 딱 42일 뒤, 수백억 원짜리 펀드 자금이 같은 회사에 들어왔습니다.
이게 우연인지, 아닌지. 지금 그 질문이 법정과 주주총회장 사이 어딘가에 걸려 있습니다.
무대는 고려아연입니다. 국내 최대 비철금속 회사고, 지난해부터 경영권 분쟁이 이어지고 있죠. 영풍과 MBK파트너스 연합이 최윤범 회장 측을 상대로 공방을 벌이고 있는데, 오늘 쟁점은 단순히 누가 경영권을 쥐느냐가 아닙니다.
회삿돈이 어디로 흘렀는가. 그게 핵심이에요.
영풍·MBK 측이 오늘 성명을 냈습니다. 고려아연이 출자한 사모펀드 —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운용한 그 펀드들 — 이야기입니다. 고려아연은 이 운용사가 만든 여덟 개 펀드 가운데 여섯 개에 사실상 혼자 돈을 넣었다고 해요. 금액으로는 약 오천육백억 원. 엄청난 규모죠.
그리고 그 돈이 투자된 곳들 중에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계열 세 회사가 있었습니다. 아크미디어, 하이햇, 슬링샷스튜디오. 이 셋에만 총 육백구십억 원이 여섯 차례 나눠 들어갔다고 영풍·MBK는 밝혔어요.
문제는 순서입니다.
아크미디어를 보면, 최 회장이 개인 명의로 전환사채를 먼저 샀고, 42일 뒤에 펀드 자금 이백오십억 원이 같은 회사 전환사채에 들어왔습니다. 다른 건에서는 최 회장의 친인척들이 전환사채를 인수한 날, 또는 열닷새 간격으로 펀드가 움직였다고 해요.
먼저 들어간 개인 투자가 나중에 들어온 대규모 펀드로 가치가 올라가는 구조. 영풍·MBK가 문제 삼는 건 바로 이겁니다.
최 회장 측 입장은 명확해요. 블라인드펀드에 출자했을 뿐이라는 거죠. 투자처가 미리 정해져 있지 않은 펀드니까, 운용사가 어디에 투자하든 고려아연이 관여할 수 없다는 논리입니다. 그건 틀린 말이 아니에요. 블라인드펀드 구조 자체는 원래 그렇게 굴러갑니다.
그런데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어요.
구조가 적법하다는 것과, 구조가 이해충돌을 막는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거든요. 운용사가 독립적으로 판단했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누구에게 이익이 갔는지는 따로 따져볼 수 있잖아요.
소액주주들도 그 질문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음 달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소액주주 모임이 새 감사위원 후보들에게 공개질의서를 보냈어요. 요지는 이겁니다 — 수천억 원이 오가는 동안, 왜 이사회도 감사위원회도 문제를 사전에 발견하지 못했는가. 새 감사위원이 이걸 반드시 파고들어야 한다고요.
이게 한 회사의 내부 다툼으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 있어요.
기업이 사모펀드에 출자하는 건 흔한 일입니다. 블라인드펀드 구조도 문제없어요. 그런데 출자자와 운용사 사이 관계가 특정 방식으로 얽혀 있을 때, 그 구조가 내부 통제로 실제로 감시되고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지금 소액주주들이 묻는 건 그거예요.
감사위원회가 있었는데 왜 몰랐는가. 알았는데 안 막았는가. 아니면 막을 수가 없었는가.
셋 중에 어느 쪽이든, 불편한 답이 나옵니다.
오늘 기억할 것 하나를 고른다면 이겁니다. 구조가 적법하다는 해명과, 구조가 이해충돌을 막았다는 증명은 다릅니다. 주주총회가 다가오고 있어요. 어떤 감사위원이 선임되느냐에 따라 이 질문이 답을 얻을 수 있을지 결정될 겁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