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LENS

같은 이슈, 네 가지 시선

서울경제신문

← 오디오 목록으로

2026.08.28 18:11 · 팟캐스트

장기 기증 1위 스페인, DCD 비용 전액 보상·의료진엔 수당 지급

■유럽 인센티브 늘려 활성화크로아티아 건당 최대 1200만원“소규모 병원도 기증자 적극 발굴”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뇌사 판정을 받은 환자가 있습니다. 가족은 장기 기증에 동의했습니다. 그런데 병원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코디네이터도 없고, 수술실 일정도 빡빡하고, 의료진에겐 별도 보상도 없습니다. 선의만으로 굴러가야 하는 구조인 거죠. 스페인 얘기를 먼저 해볼게요. 스페인은 인구 백만 명당 장기 기증자가 마흔 명대 중반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에요. 그 배경에 뭐가 있냐고 하면, 사람들이 특별히 더 이타적이어서가 아니라 법이 다르게 설계돼 있어서입니다. 1979년에 만든 법에 이런 조항이 있어요. "장기 기증 과정이 기증자나 유가족에게 경제적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필요한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기증에서 생기는 비용은 사회가 떠안겠다는 철학을 법에 박아둔 거예요. 그래서 수술실 운영비, 장기 이송 비용, 의료적 처치 비용 전부를 공공의료 체계에서 댑니다. 올해 스페인 정부가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 지급하는 보조금은 약 사십구억 원인데, 이게 지난해보다 거의 절반 가까이 늘었어요. 이 돈이 이식 건수를 늘리고 생존율을 높이는 데 쓰입니다. 크로아티아는 더 직접적이에요. 2006년부터 장기 기증을 받은 병원에 건당 약 구백만 원에서 천이백만 원을 따로 지급합니다. 이식 수술 비용과는 완전히 별개로요. 유럽장기이식학회가 이 제도를 평가하면서 이런 말을 했어요. "이식센터가 없는 소규모 병원이 잠재적 기증자를 적극적으로 발굴하도록 유도하는 효과가 있었다." 큰 병원만 움직이는 게 아니라, 작은 병원도 기증자를 찾아 나서게 됐다는 거죠. 여기서 뒤집히는 지점이 하나 있어요. 우리는 보통 장기 기증 활성화 문제를 '시민 인식'의 문제로 이야기하거든요. 동의율을 높이자, 캠페인을 하자, 가족 설득을 잘 하자. 그런데 이 나라들이 한 건 그게 아니에요. 병원과 의료진의 구조를 바꾼 겁니다. 기증 의사가 있어도 병원이 대응하지 않으면 기증은 일어나지 않으니까요.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어요. 선의에 기대는 시스템과 구조가 받쳐주는 시스템은 결과가 다를 수밖에 없는데, 우리는 여전히 캠페인 쪽에 더 많이 기대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요. 영국은 장기기증임상책임자라는 직책을 병원마다 두고 관련 업무에 별도 수당을 청구할 수 있게 해놨고, 프랑스는 2022년부터 5년간 약 삼천사백억 원을 추가로 투입해 인력을 늘리고 전문화를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돈과 구조가 먼저 움직이고 있어요. 기억할 것 하나만 남긴다면 이겁니다. 장기 기증은 개인의 결단에서 시작되지만, 그 결단이 실제 기증으로 이어지려면 병원이 움직여야 합니다. 병원이 움직이려면 비용과 인력이 뒷받침돼야 하고요. 제도가 먼저냐 인식이 먼저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 쪽에 더 구체적인 설계가 필요한가의 문제일 수 있어요. 장기 기증과 관련한 정보는 질병관리청 장기이식관리센터 누리집과 대표전화 일오삼삼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