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29 08:36 · 팟캐스트
워시 연준 의장 “65개월 고인플레 책임 연준에…‘통화량’ 다시 봐야”
캐빈 워시 잭슨홀 기조연설서“포워드 가이던스는 시한 넘겨”통화량 강조에 통화주의 부활 선언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2021년, 미국 연준은 물가가 오르는 걸 보면서도 "일시적"이라고 했습니다. 공급망이 막혀서 잠깐 오르는 거니까 곧 잡힐 거라고요. 그 판단이 금리 인상 타이밍을 늦췄습니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은 오 년 넘게 이어졌습니다.
이번 잭슨홀에서 새 연준 의장이 그 판단이 틀렸다고 말했습니다. 공식 연단에서, 공식 기조연설로요.
케빈 워시 의장이 한 말의 핵심은 이겁니다. 육십오 개월 동안 이어진 고인플레이션의 책임은 연준에 있고,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요. 공급망 탓이 아니라, 중앙은행의 늦장 대응 탓이라고 인정한 거죠. 당시 "앞으로 금리를 언제쯤 올리겠다"고 미리 예고하던 관행이 오히려 발을 묶었다고도 했습니다. 그 관행은 이제 "환영받을 시한을 넘겼다"는 표현을 썼어요. 꽤 단호한 표현이죠.
그런데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어요. 워시 의장이 잭슨홀에서 강조한 게 책임 인정만은 아니었거든요. 오히려 더 긴 부분은 다른 데 있었습니다. 금융위기 이후 연준이 사실상 손을 놓았던 지표, 바로 통화량 얘기였습니다.
통화량, 엠투(M2)라고 부르는 지표인데요. 시중에 돈이 얼마나 많이 풀려 있는가를 보는 겁니다. 금리를 얼마나 올리느냐만 보는 게 아니라, 실제로 은행과 금융 시스템 안에서 돈이 어떻게 흘러다니는지를 같이 봐야 한다는 거죠. 워시 의장은 "요즘 유행은 아니지만 통화량은 통화정책과 중대한 관련이 있다"고 했습니다. 유행이 아니라는 걸 스스로 인정하면서도 꺼낸 말이에요.
이게 왜 중요하냐면, 지난 십수 년 동안 연준은 금리라는 도구 하나에 많이 의존해왔거든요. 금리를 올리면 돈줄이 조여진다, 내리면 풀린다, 그 도식으로 움직여왔죠. 그런데 실제로 시중에 돈이 얼마나 있는지는 따로 챙기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 공백이 이번 인플레이션의 한 원인이었다는 게 워시 의장의 진단이에요.
여기서 예상과 다른 지점이 하나 있습니다. 연준이 책임을 인정했으니 이제 금리 인하로 선회하려는 거 아닐까, 싶을 수 있잖아요. 그런데 워시 의장의 메시지는 정반대였습니다. 현재 물가 지수가 여전히 높고, 세부 품목 절반 이상이 아직도 3% 넘게 오르고 있다고 짚으면서 "2% 목표로 충분히 수렴한다는 확신이 설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했거든요. 과거 실책을 인정하면서도 지금 당장 손을 떼지는 않겠다는 거죠.
그리고 워시 의장이 '거울의 방'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연준이 시장 눈치를 보고, 시장은 연준 눈치를 보면서, 서로가 서로를 비추다 보면 진짜 변화를 놓친다는 거예요. 그렇게 만들어진 정책 오류의 대가는 고물가와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고스란히 치른다고 했습니다.
저는 이 문장에서 멈추게 되더라고요. 중앙은행의 판단 착오가 어디로 내려앉는가. 정책 토론에서는 지표와 수치로 이야기하지만, 그 끝에는 매달 장보는 사람, 월세 내는 사람이 있다는 걸요.
오늘 기억할 것 하나만 남긴다면 이겁니다. 연준이 과거 실책을 인정했다는 것, 그리고 그 인정이 완화의 신호가 아니라 오히려 더 신중하겠다는 선언으로 읽힌다는 것. 책임 인정과 정책 방향은 꼭 같은 쪽을 가리키지 않습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