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29 12:15 · 팟캐스트
SP삼화 ‘방산 에너지’·노루 ‘항공 모빌리티’…페인트 라이벌 신사업 전쟁 [빛이 나는 비즈]
SP삼화, 방산 스타트업 지분 투자DC 등 에너지 절감 시장 투자 확대노루페인트, 항공우주 실란트 공개자동차 보수용 도료 기술실증 강화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영국 판버러 에어쇼 전시장에 페인트 회사가 섰습니다. 항공기 연료탱크에 쓰는 소재를 들고요.
그 회사는 노루페인트입니다. 우리가 벽 칠할 때 쓰던 그 페인트 회사 맞습니다.
노루페인트가 이번에 공개한 건 항공우주용 폴리설파이드 실란트입니다. 항공기 연료탱크나 동체 접합 부위에 쓰는 밀봉 소재예요. 기밀성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안 되는, 기술 장벽이 아주 높은 분야죠. 그동안 국내 시장은 글로벌 기업 제품에 의존해왔다고 합니다. 정부의 우주항공 방산용 실란트 초격차 기술개발 사업을 통해 확보한 기술로, 지금 글로벌 공급망 진입을 노리고 있는 거예요.
같은 시기에 라이벌 SP삼화도 움직였습니다. 방산 스타트업 '플라이어'에 전략적 지분 투자를 단행했거든요. 플라이어는 자수 기반 섬유형 스텔스 소재와 탄소나노 기반 투명 전자파 차폐 필름을 개발하는 회사입니다. SP삼화는 자기 정밀화학 역량을 여기에 얹어서 방산 소재 사업을 키우겠다는 구상이에요.
SP삼화가 또 하나 점찍은 건 에너지 절감입니다. 차열페인트 '쿨앤세이브'인데요, 태양광의 적외선을 반사하는 특수 안료를 썼어요. 대형 플랜트나 데이터센터 지붕에 칠하면 표면 온도 상승을 억제해서 냉방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미국 쿨루프 평가위원회 인증도 받았고요. 그냥 페인트를 파는 게 아니라 에너지 절감 솔루션을 파는 회사가 되겠다는 거죠.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어요. 노루페인트는 자동차보수용 수성도료 '워터큐'를 실제 레이싱카에 적용해서 경주를 뛰었습니다. 지난 22일 열린 오네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5라운드에서 삼위를 기록했다고 해요. 단순 스포츠 마케팅이 아니라 고속주행 환경에서 도막 내구성과 색상·광택이 실제로 유지되는지 검증하는 거라고 회사는 설명합니다. 마지막 팔 라운드까지 차량 상태를 모니터링해서 그 데이터를 영업 자료로 쓰겠다고요. 경주를 실험실 삼아 쓰는 셈입니다.
두 회사의 방향은 조금 다릅니다. SP삼화는 스타트업 투자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영역으로 뛰어드는 쪽이고, 노루페인트는 기존 화학·도료 기술을 고도화해서 진입 장벽이 높은 시장을 파고드는 쪽이에요. 근데 출발점은 같습니다. 건설 경기가 꺾이고 신축 주택 시장 성장이 둔화되면서, 벽에 칠하는 페인트만으로는 성장하기 어려워진 거거든요.
마음에 걸리는 건 이겁니다. 방산이든 항공우주든 차열도료든, 실제 공급망에 들어가려면 기술을 가진 것만으론 부족합니다. 적용 사례가 있어야 하고, 그 사례를 만들려면 누군가 먼저 써줘야 해요. 레이싱카에 도료를 올린 것도, 에어쇼에 실란트를 들고 나간 것도, 결국 그 첫 번째 사례를 만들기 위한 과정처럼 보입니다. 기술이 실제로 쓰이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그리고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 — 그 부분은 아직 열린 질문이에요.
오늘 기억할 것 하나는 이겁니다. 페인트 회사들이 지금 벽을 칠하는 회사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고, 그 첫 번째 무기는 오래된 화학 기술입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