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30 21:22 · 팟캐스트
숙련공 투입 발목잡는 노봉법…“호남팹 지어놓고 못 돌릴 수도”
[이슈 focus] ■인력 재배치까지 쟁의대상 우려핵심인력 투입 지연땐 초기 수율 차질해외 경쟁사에 주도권 내줄 위험 커국가전략 산업 투자 시기 놓칠 수도전문가 “사업확장형 배치전환 경우쟁의대상서 명백히 제외 명시해야”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공장 부지는 정해졌습니다. 전력도, 용수도 준비 중입니다. 착공은 내년 7월입니다. 그런데 공장이 돌아가려면 기계만으로는 안 됩니다.
수도권 공장에서 수년을 보낸 숙련 엔지니어들이 있어야 합니다. 이 사람들이 초기 수율을 끌어올려야 공장이 제대로 돌아가거든요. 그런데 바로 이 '인력 이동'이 지금 논쟁의 한복판에 있습니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초기업 노조가 호남 반도체 공장 관련 사안을 이천이십칠년 단체교섭 의제로 다루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근거는 올 삼월에 바뀐 노조법입니다. 개정 전까지만 해도 공장 신설이나 인력 배치는 쟁의 대상이 아니었어요. 대법원도 그렇게 봐왔고요. 그런데 개정 노조법이 쟁의 범위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 결정'까지 넓히면서 경계가 흐릿해졌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근 공식 제언에서 "호남 반도체 공장 신설과 인력 배치는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습니다. 신속한 의사 결정이 생명인 반도체 산업에서 투자 시기를 놓치거나 해외 투자로 대체될 수 있다는 이유입니다. 팔백조 원을 들여 짓는 공장이, 핵심 인력 배치를 둘러싼 갈등 하나로 정상 가동이 무기한 밀릴 수 있다는 거죠. 업계 관계자 말을 빌리면 "가장 중요한 숙련 인력을 제때 투입하지 못하면 공장은 거대한 껍데기에 그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게 한국만의 고민이 아닙니다. 영국은 법으로 보호받는 쟁의 대상을 임금, 채용·해고, 업무 배분 등으로 한정합니다. 신규 투자를 이유로 한 파업은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해요. 미국도 이천구백팔십일년 연방대법원 판결에서 공장 신설 같은 경영 판단은 회사의 고유 권한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독일과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투자에 따른 근무지 변경이나 생활상 불이익을 보전하는 문제는 협의하지만, 투자 결정 자체를 파업 수단으로 삼는 사례는 찾기 어렵다고 합니다.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어요. '구조조정형 배치 전환'과 '신규 투자형 배치 전환'은 다르다는 겁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짚은 부분인데, 인력을 줄이기 위한 배치와 사업을 키우기 위한 배치는 법리적으로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는 거거든요. 그런데 지금 법은 그 경계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정부가 새 시행 지침을 준비 중인데, 전문가들은 여기에 예외 기준을 명시해야 한다고 합니다.
결국 남는 질문은 이겁니다. 투자 결정 자체는 경영권이고, 그 과정에서 불이익이 생기면 그건 협의 대상이다 — 이 선이 법 문서에 쓰여 있느냐, 아니냐의 문제입니다. 선이 없으면 분쟁은 계속됩니다. 그리고 반도체는 분쟁이 길어질수록 경쟁사가 치고 나가는 산업이죠.
기억할 것 하나만. 공장이 돌아가려면 인력이 움직여야 합니다. 그 이동이 '쟁의 대상인가, 아닌가'를 지금 법이 명확하게 말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