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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이슈, 네 가지 시선

서울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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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30 18:54 · 팟캐스트

인력 재배치까지 트집…800조 투자 발목잡는 ‘노봉법’

美·英 신규투자 등 경영판단 파업 불허韓, 노조법 모호 반도체 메가투자 악재로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공장 부지가 정해지고, 설계도가 나오고, 공사가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완공 날짜가 다가오자 아무도 말하지 않던 질문 하나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다 짓고 나서, 누가 돌리죠?" 호남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만들겠다는 계획이 있습니다. 투입 예정 규모는 엄청납니다. 그런데 지금 재계가 공식 요청을 들고 고용노동부 문을 두드리고 있어요. 공장 지을 돈이 문제가 아니라, 지어놓고 못 돌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이야기의 핵심은 올해 삼 월에 시행된 노란봉투법, 개정 노동조합법입니다. 법이 쟁의 대상에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을 넣으면서 해석의 틈이 생겼어요. 그 틈이 의외로 넓거든요. 반도체 공장 하나를 새로 돌리려면 숙련된 엔지니어가 있어야 합니다. 그 사람들은 보통 이미 다른 공장에 있어요. 그래서 '전환 배치'가 필요하죠. 기존 공장에서 새 공장으로, 사람을 옮기는 겁니다. 지금까지는 회사가 결정하는 일이었는데, 이게 이제 단체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게 노동계 쪽 해석이에요. 삼성전자 최대 노조가 호남 공장 신설을 이미 이천이십칠년 교섭 의제로 다루겠다고 선언한 상태입니다. 회사 입장에서 보면 이건 단순한 협상 문제가 아닙니다. 노조가 전환 배치를 거부하면, 공장은 서 있는데 돌릴 사람이 없는 상황이 오거든요. 껍데기만 지었다는 표현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습니다. 노조가 반대한다는 게 꼭 악의에서 나오는 건 아니잖아요. 일하던 곳에서 다른 지역으로 옮겨지는 게 싫을 수 있어요. 가족도 있고, 터전도 있고. 그 불안을 교섭 테이블에 올리고 싶다는 마음은 이해가 가죠. 문제는 그 교섭이 투자 자체를 막는 수단이 되는 순간부터입니다. 재계는 지금 노동부에 원칙 하나를 명문화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어요. '신규 투자와 증설에 따른 인력 배치는 쟁의 대상이 아니다'는 원칙을요. 노동부는 다음 달 초에 시행지침을 공개할 예정입니다. 시행령 개정은 법률의 위임 근거가 없어서 기존 해석지침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하더라고요. 다른 나라들은 이 경계를 어떻게 그었는지 궁금해서 봤더니, 비교적 선명합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사업 재편 같은 경영 판단에 협상 의무가 없다고 판결했고, 영국은 쟁의 주제를 임금이나 고용조건, 채용과 해고로 한정해요. 일본과 독일도 설비투자는 경영 전권 사항으로 봅니다. 투자와 인력 이동은 회사가 결정하되, 거기에 따르는 보상만 협상하는 거죠. 그런데 여기서 뒤집어 볼 지점이 하나 있어요. 지침이 나온다고 해서 이 논쟁이 끝나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해석지침은 법이 아니에요. 노사 양쪽 해석이 엇갈리고 있고, 지침이 나와도 법원에서 다툼이 생길 수 있어요. 지침이 방향을 주더라도, 실제 분쟁은 개별 사안마다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마음에 남는 건 이거예요. 새 공장이 생긴다는 건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일자리고, 누군가에게는 낯선 곳으로의 이동입니다. 그 두 사람은 같은 회사 안에 있어요. 법 해석이 어느 쪽 손을 들어주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 간극을 어떻게 메울지가 진짜 질문인 것 같거든요. 지침이 그 답을 줄 수 있을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오늘 기억할 것 하나. 투자는 결정됐는데, 그 투자를 움직일 사람에 대한 합의는 아직입니다.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