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31 21:21 · 팟캐스트
고금리에…자금조달 공식 바뀐다[시그널]
■ 美 국채금리發 전략 다변화두산에너빌 3억弗 발행계획 철회외화채 차환 접고 은행대출로 선회베트남 빈그룹은 아리랑본드 추진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주관사단까지 다 꾸렸어요. 보증도 받았고요. 그런데 채권을 발행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 얘기예요. 올해 하반기에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삼억 달러를 조달하려다가 멈췄거든요. 만기 도래한 외화채 규모만 사천육백억 원이 넘었는데, 차환 발행 대신 은행 대출로 돌렸습니다. 준비까지 다 끝낸 상태에서 방향을 바꾼 거죠.
왜 그랬을까요. 거기서부터 시작해봅시다.
지금 글로벌 금리 환경이 몇 년 사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미국 연준이 매파적 기조를 유지하면서 해외에서 달러를 직접 빌리는 비용이 크게 늘었거든요. 두산에너빌리티 입장에서는 해외에서 채권을 찍으나 국내 은행에서 빌리나, 비교를 해봤을 거예요. 그리고 후자를 택했습니다. 금리가 높아질 수 있는 쪽보다 비용을 예측할 수 있는 쪽으로 간 거죠. 판단을 탓할 수 없는 상황이에요.
IB 업계에서도 비슷한 말이 나와요. 금융사 보증이 없으면 대기업이라도 오 퍼센트대 금리를 감수해야 한다고요.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는 표현도 나왔어요. 이게 특정 기업 한 곳의 고민이 아니라는 거죠.
흥미로운 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쪽이 있다는 점이에요.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굴리던 외국 기업들이 한국으로 들어오고 있어요. 인도네시아 제지 회사 에이피피그룹이 올해 삼월에 국내에서 달러 조달을 했고, 베트남 빈그룹은 아예 원화 채권 발행을 추진 중이에요. 베트남 제조사가 원화채를 발행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라고 했어요. 메타 같은 빅테크도 국내외 증권사에 원화채 발행이 가능한지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같은 시기에 한쪽은 나가고, 다른 쪽은 들어오고 있어요. 그게 지금 채권시장의 그림이에요.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어요. 글로벌 대기업이 신흥국 채권시장에 발을 거는 이유로 비용 분산이 거론된다는 점이요. 원화채 시장이 저렴한 대안으로 여겨진다는 뜻이기도 하거든요.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 좋은 일일 수도 있어요. 외국 기업의 채권에 투자할 기회가 생기니까요. 근데 반대로 생각하면, 그 기업들의 신용을 국내 투자자들이 평가해야 한다는 의미기도 해요. 인도네시아 제지 회사, 베트남 제조사. 친숙하지 않은 이름들이죠.
그리고 국내 대기업들도 글로벌 시장을 완전히 떠난 건 아니에요. 롯데렌탈과 한화큐셀아메리카홀딩스가 달러 조달을 추진 중이에요. 비용 부담보다 사업 이해관계를 우선시한다고 했어요. 이자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함께 나왔는데, 그 선택이 맞을지 틀릴지는 지금으로선 알 수 없어요.
오늘 기억할 것 하나만 남긴다면 이거예요. 같은 금리 환경에서 누군가는 나가고 누군가는 들어오고 있어요. 그 교차점이 지금 한국 채권시장이에요. 이 흐름이 일시적인지, 아니면 구조가 바뀌는 신호인지는 조금 더 봐야 알 것 같아요.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