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31 09:27 · 팟캐스트
대통령은 ‘고금리’ 선호?… 얼어붙은 채권 시장 [김혜란의 FX]
李, 내년 1분기 한은 금리 3.5% 전망 언급한은은 추가 인상 한 차례 전망…시장 경계감은 완화부동산 잡으려 금리 인상도 감수?…국고채 다시 긴장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엑스에 글 하나가 올라왔습니다. 올린 사람은 대통령이었고, 내용은 "부동산 투기에 관심 있는 분들은 내년 1분기 한국은행 금리 삼 점 오 퍼센트 예상 부분을 특히 유의하셔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사흘 전, 시장은 막 안도하고 있었습니다.
그 사흘 전 이야기부터 해야 해요. 한국은행이 금리를 두 달 연속으로 올렸습니다. 두 번 연속 인상이니 시장은 긴장할 만했는데, 막상 반응은 달랐습니다. 금리가 오히려 내렸거든요. 한은 총재가 앞으로 네 번의 결정 중 한 번 정도 더 올리는 수준을 전망으로 제시했고, 시장은 그걸 '생각보다 완만하다'는 신호로 읽은 거죠. 국고채 삼 년물과 십 년물 금리가 같은 날 하락했습니다.
그 직후에 대통령의 글이 올라온 겁니다. 한은이 경계심을 낮춰준 자리에 다시 긴축 가능성을 올려놓은 셈이니, 시장이 주목한 건 당연했습니다.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어요. 대통령은 글에서 "금리는 정부가 관여하지 않으며 관여도 못하게 돼 있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습니다. 형식상으로는 중앙은행 독립을 존중한 거죠. 그런데 내용은 달랐습니다. 삼 점 오 퍼센트라는 수치를 단순한 전망으로 소개한 게 아니라, 부동산 투기 세력이 유의해야 할 경고의 근거로 직접 연결한 겁니다.
여기서 이례적인 부분이 있어요. 통상 정부는 금리 인하에 우호적인 메시지를 냈습니다. 경기를 살려야 하고, 국채 이자 부담도 있으니까요. 이번엔 방향이 반대였습니다. 금리 인상 가능성을 부동산 안정의 수단으로 연결한 건데, 시장에서는 이걸 두고 '한은 풋의 반대'라는 해석까지 나왔습니다. 시장이 흔들리면 금리를 내려서 받쳐줄 것이라는 기대가 한은 풋이라면, 이번엔 오히려 그 기대를 거둬들이는 신호처럼 읽혔다는 거죠.
그리고 한 가지 더. 나중에 집값이 다시 오를 경우 '금리를 충분히 올리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프레임을 미리 깔아두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습니다. 정책의 결과보다 책임의 귀속을 먼저 설정하는 구도입니다.
마음에 걸리는 건 이겁니다. 중앙은행 독립이라는 원칙은 지켰는데, 시장이 받아들이는 방식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 발언의 형식과 발언이 만들어내는 효과 사이의 간격이요. 정부가 "우리는 관여 못 한다"고 했을 때, 그 말 자체가 시장을 움직이는 신호가 되는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그 경계를 누가, 어떻게 그어야 하는지는 아직 답이 없는 것 같습니다.
오늘 기억할 것은 하나입니다. 말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도 메시지가 된다는 것.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