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31 23:43 · 팟캐스트
“더 큰 산업생태계로”…韓日 상의, 공급망·미래산업 협력 맞손
양국 회장단회의서 공동성명 채택최태원 “많이 사고 팔아주기 넘어서로 시장 넓혀주는 파트너 관계로”원유 융통 등 에너지 안보 강화도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센다이, 웨스틴호텔. 창밖으로 일본 동북부의 풍경이 펼쳐지는 그 회의실에 두 나라 경제인 스물여덟 명이 모였습니다. 한국 측 열여섯 명, 일본 측 열두 명. 공식 회의 테이블이었죠.
회의 이름은 '한일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 이번이 열다섯 번째입니다. 처음 시작이 1985년이니까, 꽤 오래된 자리예요. 사십 년 가까이 이어져온 민간 채널인 거죠. 양국 외교 관계가 냉랭할 때도, 뜨거울 때도, 이 자리는 계속 열렸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 최태원 회장이 개회사에서 한 말이 좀 인상적이었어요. "한일 협력을 단순히 서로 더 많이 사고파는 관계로 봐서는 안 된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각자의 시장을 따로 놓고 보는 게 아니라, 더 큰 시장과 산업생태계를 함께 만들어가는 것 — 그게 자기가 생각하는 한일경제연대라고요.
두 나라 경제 규모를 합치면 육조 달러가 넘는다고 했습니다. 세계 시장이 블록화되는 흐름 속에서, 서로가 서로의 시장을 넓혀주는 파트너가 되는 게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거죠.
이날 채택된 공동성명을 보면, 구체적인 합의가 꽤 폭넓습니다.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 에너지 비축 확대, 원유와 천연가스 상호 융통. AI 반도체와 클린에너지 분야 기술 협력. 그리고 2027년 요코하마 국제원예박람회를 계기로 한 환경·그린 혁신 협력까지요.
여기서 잠깐 뒤집어볼 지점이 있어요.
이 회의가 '민간' 채널이라는 점입니다. 정부 간 협상이 아니에요. 그런데 공동성명에서는 "정부 차원의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을 지지한다"는 표현이 나옵니다. 민간이 정부를 지지하는 구조처럼 읽히지만, 동시에 민간이 의제를 선점하고 있는 모양이기도 해요. 양국 정부와 국회에 건의하겠다는 말도 있었고요. 40년간 이 자리가 유지돼온 이유가 거기에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일본상의 고바야시 켄 회장이 언급한 숫자도 마음에 남습니다. 지난해 한일 상호 방문자 수가 천삼백십일만 명. 이 년 연속 역대 최고치라고 했어요. 경제인들이 회의실에서 악수하기 전에, 이미 일반 시민들이 그 양쪽을 오가고 있었던 겁니다.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어요. 경제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오가는 건지, 사람들이 오가기 때문에 협력의 토대가 생기는 건지. 어느 쪽이 먼저일까, 하는 질문이요. 정답을 모르겠더라고요.
내년 제16회 회의는 인천에서 열립니다.
오늘 기억할 것 하나. 사십 년간 끊기지 않은 민간 채널이 있다는 것. 외교 온도와 별개로요.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