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31 18:53 · 팟캐스트
악마의유혹은 작아지고, 자연별곡은 줄였다
업계, 양·메뉴 줄이는 대신 가격 낮춰제품 구성및 운영 효율화로 원가 절감일각선 눈속임 ‘슈링크플레이션’ 논란
스크립트 (본문 텍스트)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입니다.
편의점 냉장고 앞에 서 있는 장면을 떠올려보세요. 커피 한 잔 사려고 들었는데, 전에 없던 작은 컵이 눈에 들어옵니다. 900원. 익숙한 브랜드인데 뭔가 다릅니다. 크기가 줄었어요.
남양유업이 이달 초 내놓은 컵커피 이야기입니다. 기존 제품은 250밀리리터에 1300원이었는데, 새 제품은 200밀리리터에 900원이거든요. 용량을 줄이면서 가격도 같이 낮춘 거죠. 밀리리터당 단가를 계산하면 오히려 내려간 겁니다. 단순히 작게 만든 게 아니라, 진짜 더 싸게 판 거예요.
이 제품이 출시 석 달도 안 돼서 도매 기준으로 십이만 봉을 넘겼다고 합니다. 초도 물량이 소진돼서 추가 생산에 들어갔을 정도라고 하고요. 사람들이 손을 뻗은 겁니다.
왜 그랬을까요. 배경을 보면 이해가 가요.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들이 원두값 오른다며 가격을 올렸거든요. 기사에 나온 한 프랜차이즈 아이스 아메리카노 미디엄이 1800원이에요. 그 절반 가격에 컵커피가 나온 겁니다. 접근성도 좋죠. 프랜차이즈 카페가 많아지면서 밀려났던 즉석음용 커피가, 오히려 가격 때문에 다시 주목받는 상황이 된 거예요.
외식업계도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어요.
한식 뷔페 자연별곡은 메뉴를 백 종에서 예순 종으로 줄이고, 평일 가격을 만오천구백 원으로 낮췄습니다. 메뉴가 줄었는데 손님이 늘었어요.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열한 퍼센트, 고객 수는 절반이 늘었다고 합니다. 써브웨이도 선택지를 없애고 정해진 구성으로 사천삼백 원에 파는 메뉴를 냈는데, 다른 메뉴 가격이 오를 때도 이 가격은 유지했고요. 줄인 것들이 오히려 손님을 불렀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대목이 좀 걸렸어요.
다운사이징과 슈링크플레이션은 겉으로 보면 비슷합니다. 둘 다 크기가 작아지는 거니까요. 차이는 단위당 가격이에요. 작아지면서 단위당 가격도 내려가면 다운사이징이고, 단위당 가격은 오르면 슈링크플레이션입니다. 후자는 사실상 가격 인상이에요. 포장은 그대로인데 내용물이 줄어있는 것, 한 번쯤 겪어보셨을 거예요.
기사에 나온 소비자 말이 맞는 것 같아요. 계산기를 두드려보지 않으면 지금 가격이 오른 건지 내린 건지 알기가 어렵다고요. 제품 가격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단위당 가격도 같이 알려주면 좋겠다는 이야기. 간단해 보이는데, 아직 의무는 아니거든요.
오늘 기억할 것 하나만 남긴다면 이거예요.
작아졌다는 것만으로 싸진 건지, 비싸진 건지 알 수 없습니다. 단위당 가격을 직접 확인하는 습관, 계산기 꺼내기 귀찮더라도 한 번 해보시겠어요.
같은 뉴스, 네 가지 시선. AILENS였습니다.